[레전드가 말하는 나의 AG] 이상민 “3번의 AG, 3번의 결승…난 행운아였죠”

입력 2014-09-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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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시절 아시안게임에 3차례 출전해 모두 결승전을 치렀던 이상민 삼성 감독은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이 감독(왼쪽)이 부산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4. 농구 이상민

1994히로시마땐 백업 멤버로 첫 태극마크
2002부산땐 중국 야오밍 꺾고 금메달까지
“그땐 중국만 이기면 됐는데…지금은 달라”

한국남자농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3차례 우승했다. 1970방콕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했고, 1982뉴델리아시안게임과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한국남자농구는 특히 뉴델리대회 이후 만리장성에 번번이 가로막혀 분루를 삼켜야 했지만, 2002년 중국을 꺾고 감격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표팀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한 남자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42) 감독은 24일 “선수로 3차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모두 결승전에 올랐던 나는 행운아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뛴 덕분이었고, 2002년에는 운도 많이 따라 금메달까지 목에 걸 수 있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 식스맨으로 출전한 첫 아시안게임

이상민 감독은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3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일본 히로시마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했다. 허재, 강동희 등 기량이 빼어난 선배들의 백업 멤버였던 그는 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당시는 허재 선배가 최고조의 기량을 보일 때였다. 결승에서 중국을 만났는데, 경기 초반은 우리가 주도했다. 하지만 전반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허재 선배가 중국의 후웨이동과 부딪히면서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허재 선배가 벤치로 나온 이후 중국의 기세를 막을 길이 없었다. 역전을 허용한 뒤 점수차가 쭉쭉 벌어졌다”고 떠올렸다. 당시 중국은 공샤오빈, 후웨이동, 왕즈즈 등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한국은 결국 71-100으로 완패했다.


● 중국의 벽을 실감한 방콕아시안게임

이상민 감독은 4년 뒤 대표팀 주전으로 발돋움해 방콕아시안게임에 나섰다. 목표는 중국을 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못 이길 팀은 없었다. 다시 결승에서 중국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에는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한국은 서장훈, 현주엽, 이상민, 강동희, 문경은을 앞세워 반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감독은 “당시 중국대표팀은 세계대회 8강에 올랐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앞서있었다. 안간힘을 다했지만, 또 다시 중국을 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92-112, 20점차 한국의 패배였다.


● 드디어 넘은 만리장성

2002년 부산대회에서 한국남자농구는 마침내 중국의 벽을 넘었다. 준결승도 고비였다. 다크호스 필리핀에게 끌려다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이상민 감독의 3점슛으로 역전승했다. 이 감독은 “필리핀 센터가 매우 좋았다. 그래서 경기가 힘들었다. 2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 때 나한테 볼이 왔다. 슛 페인팅을 하니 수비수 2명이 속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던졌는데 들어갔다.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결승에서 또 다시 격돌한 중국. 야오밍이라는 229cm의 장신 센터까지 가세해 전력이 탄탄했다. 한국은 4쿼터 중반까지 뒤졌지만 김승현의 가로채기 등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중국 슈터 후웨이동이 자유투 2개를 놓치는 행운도 따랐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입은 우리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결국 연장 접전 끝에 102-100으로 승리한 한국은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 감독은 “내가 대표선수로 활약할 때는 중국만 이기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란 등 경쟁상대가 늘어나 좋은 성적을 내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3개의 메달(금1·은2)를 획득했다. 김주성(동부)이 이번 대회에서 개인 2번째 금메달에 도전하는데 꼭 이루기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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