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포츠 2세들이 많을까?… 우월한 신체+인내의 DNA

입력 2014-10-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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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유전자 물려받아 구기종목 집중…환경도 무시 못해

스포츠 가족의 피는 일반인의 피와는 다르다.

운동을 잘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우성인지 열성인지는 생물학에서 다룰 일이지만 가족 가운데 운동을 잘했던 사람이 있으면 2세들은 그 유전자를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타고난 신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일수록 부모의 신체 사이즈는 중요하다. 농구, 배구인 2세들이 부모의 종목을 많이 택하는 이유도 큰 키가 필요한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의 장신 유전자를 물려받아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출발선에서 또래들과 경쟁한다. LA 다저스가 류현진과 계약을 맺기 전에 빼놓지 않고 봤던 것이 부모의 신체사이즈였다.

초등학교 시절 ‘배구여제’ 김연경을 지도했던 안산 서초등학교 이병설 선생님의 경험담도 비슷하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키가 작아서 선수생활을 계속해야할지를 고민하던 김연경의 부모에게 “배구를 계속하라”고 조언했던 이유도 김연경이 언니의 큰 키를 닮아서 조만간에 클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스포츠 2세 스타들의 성공은 반드시 DNA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도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공부에만 쓰이지 않는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한 아이들은 운동 이해력이 빠르다. 공부로 치자면 선행학습을 집에서 충분히 하고 온 학생이다. 남들보다 먼저 그 스포츠를 알고 부모를 따라서 하다보면 실력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운동은 근육의 기억이다. 먼저 준비했고 출발도 앞선 스포츠스타 2세들은 또래보다 앞선다.

또 다른 것은 부모들의 인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 한두 명밖에 두지 않는다. 귀한 아이들이기에 조금이라도 힘들면 부모들은 걱정한다. 원해서 운동을 시키기는 했지만 아이가 도중에 힘들다고 할 때 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공부로 돌아갈 수 있을 때 빨리 돌아가자며 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운동을 했던 부모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도 어려운 때를 겪어봤기에 지도자를 믿고 끝까지 가도록 한다. 학생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선수를 뒷바라지 하는 부모와 지도자와의 연대감 혹은 협력이다. 운동선수 부모를 지도자들이 더 좋아하는 이유다. 서로 말이 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운동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졌다. 선수에 대한 대우도 괜찮다. 잘만하면 평생을 보장할 좋은 직업도 된다. ‘재질만 있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운동선수 부모가 먼저 운동을 권유하는 이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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