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더스틴 니퍼트(사진)가 리그가 재개되는 첫 경기였던 1일 광주 KIA전에서 쾌투를 펼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두산으로서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지난달 30일까지 6위 두산과 4위 LG와의 게임차는 2경기였다. 두산은 4강 탈환을 위해 15개의 잔여경기에 총력을 가해야하는데,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는 게 관건이다.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로 장식하며 재개된 시즌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KIA와의 첫 경기에 니퍼트 카드를 꺼내들었다. 팀 에이스에 대한 신뢰였다. 니퍼트도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피칭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4안타(1홈런) 7삼진 1실점하며 시즌 13승(7패)을 수확했다. 최고 시속 152km의 빠른 볼로 KIA 타자들은 압도했다. 3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완벽투를 펼쳤다. 4회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지만 홈런을 맞은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동료들도 니퍼트의 승리를 도왔다. 니퍼트가 실점한 직후 곧바로 경기를 뒤집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회 1사 2루서 김재호가 1타점 우중간 적시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1사 2루 찬스에서 정수빈이 1타점짜리 결승우월2루타를 때려냈다. 니퍼트는 정수빈이 적시타를 치자 덕아웃에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사실 니퍼트는 리그가 시작되기 전날 광주에서 선수단에게 크게 한 턱을 쐈다. 그는 주로 스프링캠프에서 고된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들과 식사자리를 갖곤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에서도 지갑을 열었다. 항상 자신을 도와주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남은 시즌 더욱 결의를 다져 좋은 결과는 내자는 의미로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이 돌아온 뒤에 모두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싶다”며 선수단 전원이 모인 30일에야 소고기를 함께 먹었다. 니퍼트의 행동에 주장 홍성흔이 “니퍼트는 이미 외국인선수가 아니다. 주장인 나도 부끄럽게 만드는 선수다”며 칭찬했다. 실력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인성, 동료애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용병이다.
니퍼트는 경기 후 “경기를 오랫동안 쉬었음에도 몸 상태가 좋았다. 나뿐 아니라 타격, 수비 모든 것이 좋은 경기였다”며 “4강은 팀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그저 내 역할에 충실하고, 즐기는 경기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광주|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