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상초유? ‘음질복제’ 헤드셋, 모비프렌 GBH-S700 써보니

입력 2014-10-08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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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기기를 소개하는 기사를 작성하려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음질’이라는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의 취향이나 청력, 그리고 청취에 이용한 음원의 종류에 따라 음향기기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상당수의 매니아들은 음향기기를 살 때 브랜드를 중요시한다. 모든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산다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보니 결국은 제조사의 명성에 기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잘 나가는 업체들의 제품은 이미 정체성과 개성을 갖추고 있다. A사의 제품은 묵직한 저음이, B사의 제품은 청량한 저음이 돋보인다는 식이다. 다만, 이런 유명 브랜드 제품 중에 쓸만하다는 제품은 수십만 원 수준, 혹은 100만원 이상으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제품은 저렴한데도 구매 고려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약 여러 유명업체 제품들의 음질을 유사하게 재현, 모드 별로 구분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중소기업의 제품이 있다면? 게다가 이 업체가 이 점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강조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혹시나 해당 유명 업체들에게 고소라도 당하지 않을까, 혹은 거짓말이 아닐까 걱정스럽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에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의 블루투스 헤드셋 전문업체인 GT텔레콤의 ‘모비프렌(Mobofren) GBH-S70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참고로 자매품인 GBH-S710은 GBH-S700에서 만보기 기능을 제외해 값을 낮춘 제품이다.


최근의 대세를 따른 디자인

요즘 잘 팔리는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 제품 중에는 목 뒤로 거는 넥밴드형 제품이 많다. GBH-S700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이전에 나온 GT텔레콤 제품 중에는 목걸이형 제품이 제법 있었는데 요즘 들어 넥밴드형 제품에 집중하는 것 같다. 타사 제품의 디자인을 벤치마킹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최근의 대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디자인의 개성이 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기능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목에 거는 밴드는 탄력이 좋고 감촉도 적당하며, 이어폰 선은 평소에 본체에 내장되어 있다가 잡아당겨서 착용하므로 다양한 사용자가 무난하게 쓸만하다. 다만, 음악을 듣는 도중에 갑자기 선을 잡아 당기면 그 순간 잠깐씩 노이즈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용에 지장은 없지만 다소 신경 쓰인다.


이어폰 선은 최대 25cm 정도까지 뽑을 수 있는데, 잡아당기는 도중에 멈추면 그 길이를 유지하며, 살짝 당겼다가 빨리 놓으면 끝까지 감겨 들어가므로 깔끔하면서도 편리하다. 귀에 끼우는 이어패드는 기본으로 장착된 것 외에 크기 별로 3쌍을 더 제공하므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골라 끼우자.

외부에서 감상 가능한 스피커, MP3 직접 재생용 메모리 슬롯 탑재

GBH-S700는 기본적으로 이어폰을 통해 이용하는 헤드셋이지만, 제품 하단을 살펴보면 이어폰을 꽂지 않고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달려있다. 물론 소형 스피커이다 보니 음질은 이어폰에 비할 바가 아니고 출력 역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일반적인 외장스피커처럼 쓰기에는 무리지만, 헤드셋을 목에 건 상태에서 외부의 소리를 함께 들으면서 가볍게 음악을 즐기는 용도 정도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제품 왼쪽 내측에는 음성 통화를 위한 마이크가 달려있으며 바로 옆의 고무 커버를 열면 마이크로 USB 포트, 그리고 마이크로 SD카드(별매)를 넣을 수 있는 슬롯이 있다. 블루투스 헤드셋이긴 하지만 마이크로 SD카드를 구해 MP3 음악 파일을 넣으면 외부기기 연결 없이 단독 MP3 플레이어처럼 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충분히 유용한 기능이지만, FLC이나 WAV 같은 고음질 음원까지 지원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이크로 USB 포트의 경우, 제품을 충전하거나 PC에 연결해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는 용도로 쓴다. 다만, PC에 연결해도 제품에 삽입된 마이크로 SD카드로 파일을 직접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다소 아쉽긴 하지만 제품 패키지에 마이크로SD카드용 리더기를 함께 제공하니 이를 이용하면 그다지 불편은 없을 것이다.

버튼 수 / 크기에 비해 대단히 많은 부가기능, 모바일 앱 이용 추천


제품의 조작 인터페이스는 양쪽 측면에 달린 자그마한 4개의 버튼(왼쪽 3개, 오른쪽 1개)이 전부다. 버튼이 너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겠지만, GBH-S700가 갖추고 있는 부가기능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뒤이어 이야기 하겠지만 음악 재생이나 통화와 관련된 기본 기능 외에도 발신자 이름 불러주기, SOS기능, 휴대폰 찾기, 만보기, 카메라 리모컨 기능 등의 조작까지 이들 버튼을 조합해서 해야 하므로 제품의 모든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제법 공부를 해야 한다. 버튼의 수를 늘리는 것이 곤란했다면 버튼의 크기라도 좀 키웠으면 어땠을까?



제조사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지 헤드셋의 제어와 설정을 돕는 스마트폰용 앱(MobiFren_S7)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무료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조작의 어려움을 한층 덜 수 있고 제품 사용 매뉴얼도 열람 가능하므로 제법 편리하다. 다만, 안드로이드용 앱만 지원하며 iOS용은 없다. 아이폰 이용자라면 아쉬운 점이다.


셀카봉과 궁합 좋은 카메라 리모컨 기능, 의의로 충실한 카메라앱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GBH-S700의 부가 기능은 정말로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카메라 리모컨 기능이다. 헤드셋과 스마트폰이 블루투스로 연결된 상태라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셔터를 헤드셋 버튼으로 조작, 원격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셀카봉 이용자라면 대단히 유용하다. 다만, GBH-S700의 카메라 리모컨 기능은 모비프렌에서 구글 플레이를 통해 제공하는 전용 카메라앱(모비프렌 카메라)을 이용해야 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스마트폰에 설치된 기본앱이나 푸딩카메라 같은 별도의 카메라앱은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모비프렌 카메라앱의 기능이 의외로 충실하다. 일반 촬영 및 동영상 촬영을 모두 가능하며 다양한 포커스(원거리, 접사, 동체추적) 모드, 노출 잠금과 같은 제법 전문적인 기능도 제공한다. 그리고 지원하지 않는 기기에서도 강제로 4K(3,840 x 2,160) 해상도 동영상 촬영을 가능하게 하는 모드 등,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만한 실험적인 촬영 옵션을 제공하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보안, 헬스, 메시지 읽어주기 등, 기능 다양성은 ‘으뜸’

보안 관련 부가기능도 제법 충실하다. 범죄와 같이 위급한 상황에서 다기능 버튼을 3번 연속으로 누르면 사이렌이 울리며 특정 전화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SOS 기능,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다기능 버튼과 플레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벨소리가 나게 하는 휴대폰 찾기 기능, 헤드셋과 스마트폰의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지면 진동이 울리면서 이를 경고하는 헤드폰/휴대폰 분실 방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헬스케어 관련 기능도 제공한다. GBH-S700에는 만보기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이를 활성화하고 조깅을 하면 이동한 거리, 소비 칼로리 등을 계산해 모비프렌 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GBH-S700에서만 가능하며 자매품인 GBH-S710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GBH-S710는 GBH-S700과 나머지 기능은 동일하며, 가격도 3만원 정도 더 싸므로 운동에 관심이 없고 음악 감상만 하겠다는 사용자는 이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그 외에도 GBH-S700은 문자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 전화가 걸려왔을 때 발신자의 이름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 앱으로 등록한 전화 번호나 가장 마지막에 걸려온 전화 번호를 헤드셋의 단축키로 전화를 거는 핫콜, 라스트 콜 기능 등의 재주를 갖췄다. 블루투스 헤드셋 중에 이 정도로 많은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iOS용 앱이 없기 때문에 아이폰에선 이중 일부 기능을 쓸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100만원대 이어폰 5종의 음질을 담았다? 주목할 만한 EQ모드

제품의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가장 중요한 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GBH-S700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각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어폰의 소리를 동일하게 재현한다는 특유의 EQ 모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음향기기의 EQ는 재즈, 팝, 클래식과 같이 특정 장르별로 구분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GBH-S700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참고로 제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GBH-S700의 블루투스 칩셋은 제조사에서 독자의 튜닝을 하기 힘든 ROM 타입이 아닌 여러 가지 튜닝이 가능한 플래시 타입이라고 한다. 여기에 무손실 압축 코덱인 apt-X를 탑재해 음질을 더욱 높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갤럭시S3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삼성 스마트폰, 혹은 G2 이후에 출시된 대부분의 LG 스마트폰이 apt-X를 지원한다. 아이폰과 같은 apt-X 미지원 스마트폰의 경우라도 GBH-S700의 이용자체는 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음질이 다소 저하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이라는 소리이니 그냥 참고만 하자.


음악을 듣는 도중에 플레이+볼륨버튼을 누르거나 전용앱을 이용해 EQ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데, 기본이 되는 ‘모비프렌 모드’의 경우, 웨스톤(Westone)의 ‘W60’의 음질을 기반으로 약간의 튜닝을 가한 것이며, ‘K 모드’는 AKG의 K3003, ‘I 모드’는 젠하이저(Sennheiser)의 ‘IE800’, ‘X 모드’는 소니(Sony)의 ‘MDR-EX1000’, ‘S 모드’는 슈어(Shure)의 ‘SE535’의 음질을 재현한다고 한다. 기반이 된 이들 제품은 최소 4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대 이상으로 팔리는 이른바 명품 이어폰들이다.


반면, 모비프렌 GBH-S700의 경우, 2014년 10월 현재 모비프렌 쇼핑몰 기준 15만 9,000원에 팔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이어폰들의 가격을 모두 합치면 최소 500만원에 육박하는데 과연 이들의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을까? 가요와 팝, 클래식 등의 다양한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보며 느낌을 살펴봤다.

모비프렌 모드(웨스톤 W60 기반) – 무난하면서도 풍부한 소리


일단 웨스톤 W60을 기반으로 했다는 모비프렌 모드로 음악을 들어봤다. 이 모드의 특징이라면 특정 구간에 치우치지 않은 무난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풍부한 중음을 중시하는 듯 하면서도 저음의 묵직함이나 고음의 섬세함도 잃지는 않았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취향에 대응할 만한 모드다.

K 모드 – (AKG K3003 기반) - 좀 더 강화된 고음, 부드러운 저음

K 모드는 모비프렌 모드에 비해 좀 더 날카로운 고음이 돋보인다. 다만, 그렇다고 원음을 왜곡할 정도는 아니며, 여성 보컬이나 기타의 음색을 디테일하게 즐기는데 최적이다. 이런 와중에 저음은 살짝 약해진 듯 하면서도 풍부하게 퍼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입체감이 살아난다. 딱히 장르를 가릴 것 같지는 않지만 굳이 연결한다면 발라드와 같이 잔잔한 음악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I 모드(젠하이저 IE800 기반) – 날카로우면서 청명한 음색


이전에 들어본 K 모드의 특성을 극대화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I 모드다. 고음은 한층 날카로워졌으며 저음은 더 많이 퍼진다. 그렇다고 귀에 부담을 줄 정도의 고음은 아니다. 이보다 더 날카로우면 좀 부담스럽겠는데? 싶은 수준이다. 저음 역시 고막을 때린다기 보다는 전달되는 도중에 확 퍼지는 느낌이 강해서 각 악기의 소리를 명확하게 듣기에 적합하다. 모비프렌 모드와 소리의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역시 딱히 장르를 가리지는 않을 것 같다.



X 모드(소니 MDR-EX1000 기반) – 강력한 저음, 높은 입체감

X 모드는 GBH-S700의 EQ 모드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하다. 다른 모드가 각 음의 균형을 중시하는 것에 비해 X 모드는 확실히 저음이 귀에 확 들어온다. 울리는 저음이라기 보다는 귀 전체를 강력하게 때리는 저음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고음이나 중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이들도 나름 열심히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의외로 높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을 듣는다면 메탈이나 클래식이 적합하겠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것이 바로 게임이나 영화를 즐기는 경우다. 특히 우렁찬 관중의 함성이나 굵직한 자동차 엔진소리 사이에서도 제법 명확하게 들리는 효과음을 찾는 재미가 있다.

S 모드(슈어 SE535) – 자극을 최소화한 편안하고 차분한 소리

X 모드로 음악을 듣다가 S 모드로 전환하면 확연히 달라진 느낌에 깜짝 놀라게 된다. 강렬함을 강조하는 X 모드와 정 반대로 자극을 최소화한 차분한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고음의 명료성이 약간 떨어지고 저음 역시 다소 둔한 느낌이지만, 소리 전반의 부드러움이 도드라져서 편안하면서도 부담 없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악기의 소리나 효과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이런 와중에도 꾸준하게 각자의 소리를 내준다. 이 역시 딱히 장르의 구분 없이 귀에 부담 없는 음악 감상을 원하는 경우에 적합하다.

실제 원본 이어폰과 직접 비교해보면?

지금까지 위와 같이 구분 지어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소니 MDR-EX1000를 기반으로 했다는 X 모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평탄하고 무난한 성향에 가깝기 때문에 딱히 특정 장르에 최적화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말 그래도 재생기기의 EQ 모드를 기본값(Flat)에 둔 후 이어폰만 바꿔 끼우며 음악을 드는 느낌이다. 하나의 헤드셋으로 여러 이어폰을 즐기는 느낌을 재현한다는 당초의 개발 목적은 일단 성공인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정말로 10만원대의 GBH-S700가 갖춘 EQ모드는 기반이 되었다는 이어폰 5종의 소리를 100% 재현한 것이 확실할까? 사실 GBH-S700의 개발에 참고했다는 유명 브랜드의 이어폰들은 적어도 50만 원대, 비싸게는100만원 근처가 보통일 정도로 비싼 제품이라 일반인들이 이들을 모두 사서 직접 소리를 비교해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반이 되었다는 이어폰5종을 업체의 도움으로 잠시 빌려 같은 음악, 같은 기기에서 들어보며 GBH-S700의 각 EQ 모드와 비교해봤다. 참고로 GBH-S700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apt-X를 지원하는 LG G3 스마트폰을 이용해 청취를 했다.



웨스톤 W60과 그것에 기반했다는 GBH-S700의 모비프렌 모드를 비교해 본다면 전반적으로 평탄하면서 풍부한 소리를 낸다는 점은 같지만, W60의 소리가 살짝 날카롭다면 GBH-S700의 모비프렌 모드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섬세한 느낌은 웨스톤 W60이, 단단한 느낌은 GBH-S700의 모비프렌 모드가 좀 더 강조된다.


소니 MDR-EX1000와 이를 기반으로 한 GBH-S700의 X 모드를 비교해 봐도 비슷한 느낌이다. 둘 다 귀를 때리는 저음이 강조되는 가운데, 나머지 영역도 역할을 잃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성향은 유사하지만, 원본 이어폰은 상대적으로 날카로움이, GBH-S700은 부드러움이 좀더 도드라진다. AKG K3003와 K 모드, 젠하이저 IE800와 I 모드 역시 차이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슈어 SE535와 이를 기반으로 했다는 GBH-S700의 S 모드의 경우, 원본 이어폰의 특성 차제가 부드러움을 강조하다 보니 소리의 재현도가 다른 모드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곡의 같은 영역을 반복 재생하면서 비교해봐도 차분하고 편안한 특유의 음색이 거의 동일한 느낌으로 재생된다.


테스트 결과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각 원본 이어폰의 소리 특성을 제법 잘 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언뜻 들으면 상당히 흡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같은 소리를 내진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개발자의 튜닝 능력을 동원해 원본 이어폰의 소리를 복제하고자 노력했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아날로그적인 특성 차이까지 완전히 무시하기는 다소 어려웠던 모양이다. 물론 이는 제품의 가격 차이, 그리고 브랜드 차이를 이미 아는 상태에서 제품을 체험한 필자의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최고급 이어폰들이 BA(Balanced Armature) 유닛을 비롯한 고가의 하드웨어를 다수 탑재하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니 말이다.


다만, 단가의 한계가 분명한 대중적인 제품에 소프트웨어적인 튜닝을 가해 고가 제품과 유사한 음색을 재현했고, 이를 사용자가 직접 전환하며 들을 수 있게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줄 만하다. 특히 날카로움 보다는 부드러움을 강조한 슈어 SE535 같은 이어폰을 선호한다면 GBH-S700의 S 모드로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무엇보다, GBH-S700는 1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음질복제’라는 당돌한 실험, 재미있는 결과물

GT텔레콤의 모비프렌 GBH-S700는 대단히 당돌한 제품이다. 다른 블루투스 헤드셋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음질 복제’를 내세운 제품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100만원대에 팔리기도 하는 명품 이어폰 5종의 소리를 10만원대 자사 제품에서 모두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실제로 체험해 본 결과, 소리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기반이 된 명품 이어폰들의 ‘음색’을 재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은 느껴지며, 무선 제품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기본적인 음질 자체도 수준급이라 제품 가격까지 생각해 본다면 납득할만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굳이 명품 이어폰 5종의 소리100% 완벽하게 재현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이 제품을 본다 하더라도 GBH-S700는 제법 괜찮은 제품이다. 특히 여느 블루투스 헤드셋에선 찾아볼 수 없는 풍성한 부가기능만 보더라도 돈 값은 한다. 무엇보다도 음악의 장르가 아닌 각 제조사의 지향점 별로 구분된 EQ를 바꿔가며 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으로 독특한 경험이다. 필자가 최근 접한 음향기기 중 가장 즐겁게 써본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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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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