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까지 발표한 롯데선수들…그들은 왜 집단행동에 나섰나?

입력 2014-10-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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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다른 일에 신경 안 쓰고, 오직 야구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런 마음에서 구단의 정상화를 바랐고, 28일 새벽 선수단 전체 명의의 성명서가 나올 수 있었다. 스포츠동아DB

■ “프런트가 우릴 속였다” 분노 폭발

동료 지키려 스포츠동아 진실보도 반박
이 부장 “선수들 권두조코치에 사죄” 꼼수
언론플레이에 뒤통수 맞은 선수들 폭발
“한명이라도 피해보면 전원이 함께 대응”


참다못한 롯데 선수들이 드디어 선수단 전원의 이름으로 공개 집단행동에 나섰다. 롯데 선수들은 27일 저녁부터 심야 마라톤 회의를 거듭한 끝에 28일 새벽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롯데 프런트가 벌여온 ‘비상식적인 행위’를 세상에 공개했다.


● 왜 롯데 선수단은 뜻을 모았나?


스포츠동아는 27일 ‘롯데 선수들이 배재후 단장과 이문한 운영부장 등 롯데 프런트와 공필성, 권두조 등 프런트 라인 코치들과 야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27일 오후 5시쯤 롯데 주장 박준서는 선수단 대표의 이름으로 ‘스포츠동아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사에 돌렸다.

스포츠동아는 28일 아침 이 문자메시지가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의 협박과 회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단독 보도했다. 롯데 선수단은 28일 “박준서 주장과 최준석 차기 주장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부장의 협박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그 문자를 썼다”고 전원의 이름을 걸고 증언했다. 이 부장은 “지금 너희들이 단체행동으로 나를 사표 쓰도록 만들면 노동법 위반이다. 그러면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수단 대표 박준서와 최준석을 압박했다. 두 선수는 ‘어떻게 하면 동료, 후배들을 지킬 수 있는지’를 고민했고 이 부장은 “스포츠동아 기사가 거짓이라는 문자를 써서 돌려라. 그러면 다치는 선수가 없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선수단 전체 모임에서 선수들은 대표단의 충정은 이해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협박에 굴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발했다. 선수단 의견과는 달리 롯데 프런트는 ‘선수들이 권두조 수석코치에게 사죄를 했다’는 언론플레이를 하며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부장에게 배신감을 느낀 선수들은 27일 밤 그 어떤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선수단 전원의 이름으로 작성해 언론사에 뿌렸다. 가려져 있던 진실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선수단의 입장, 우리는 ‘이문한 라인’을 거부한다

주축 선수 15명이 작성한 장문의 성명서에서 ‘이문한 운영부장이 오고 나서 이문한 라인이 형성됐다. (스포츠동아 기사로) 일이 벌어지자 선수를 따로따로 불러서 이간질을 시키고, 하나로 뭉쳐야 될 시기에 선수단을 와해시키는 경우까지 오게 됐다’고 썼다. 또 ‘이 부장이 오고 나서 편이 갈리고 소위 말하는 라인이 생기면서 코치님들 사이에서도 편이 갈리며 선수들과 불화가 시작됐다. 1군 코치님들도 모르는 엔트리 변경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라고 폭로했다.

롯데 핵심 선수는 “선수단 전체의 이름으로 이 성명서가 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 1명의 선수라도 피해를 본다면 전원이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선수는 “스포츠동아 단독기사에 반박문을 올린 것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마음만 이해해 달라. 그러나 프런트는 우리를 속였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들은 28일 예정된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은 “성명서를 낸 것이지 훈련 보이콧은 아니다”라고 원칙을 밝혔다. 벌써 야구계에선 “저러다 롯데 선수들이 나중에 구단의 보복을 당하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롯데는 과거 선수협 파동 당시에 최동원, 마해영 등의 보복 트레이드를 감행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선수들은 “트레이드 같은 불이익을 겁냈다면 이렇게 벌이지도 않았다. 앞으로 롯데에서 야구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당장의 위험은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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