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상 “어머니와 낡은 피아노, 제 인생이 바뀌었죠”

입력 2014-11-26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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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가 주워 오신” 낡은 피아노가 인생을 바꿔놓았다.

실용음악학원에서 노래를 배우던 윤현상은 혼자 피아노를 독학하며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갔다.

건반에 음계가 적힌 낡은 피아노를 치기 위해 윤현상은 좋아하는 곡의 악보를 구해 그 아래에 계이름을 쓰고 노래하길 반복했다.

그렇게 피아노와 함께 매일 밤을 지새웠다.

음악을 ‘노래’로만 이해했던 그는 피아노에 빠져들며 음악적 소양을 풍성하게 쌓아갔다.

2011년 SBS ‘K팝스타’에 출연해 피아노를 치며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부른 장면은 그와 피아노의 훌륭한 호흡을 말해준다. ‘천재 싱어송라이터’ ‘제2의 유재하’라는 일부의 칭송은, 그의 어머니가 테이프로 듣던 김광석, 안치환 이문세의 노래들에서 배양된 시적 감성이 밑거름이 됐다.

‘K팝스타’에 출연한 후 아이유가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영입돼 3년을 준비한 끝에 10월31일 데뷔 앨범을 냈다.

‘K팝스타’ 동기생들인 박지민 백아현 이하이 이승훈(위너) 등이 방송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데뷔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늦은 데뷔였지만 “답답함을 음악으로 풀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간들”이 됐다.

윤현상의 첫 앨범도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피아노포르테’다. 피아노포르테는 피아노의 원래 이름이다.

“피아노는 나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기타는 투박한 매력도 있는 반면 피아노는 섬세하다. 내가 생각하는 피아노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매력이 있는 악기다. 슬픔과 기쁨. 여러 복합적인 감성을 다 표현할 수 있다.”

‘피아노포르테’에는 피아노가 리드하는 곡들이 많다. ‘사랑이 힘들어 멈추는 곳에’는 편곡상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지만, 모두 윤현상이 피아노로 쓴 곡이다. 감미로운 발라드 속에 전자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R&B 넘버 ‘오늘 밤’은 좀 튀는 노래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첫 번째 타이틀곡 ‘언제쯤이면’은 애초 윤현상의 솔로곡이었지만, 노래에 반한 아이유의 요청에 듀엣곡으로 앨범에 수록됐다. 윤현상은 “아이유와 작업은 내게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나 평생 그대 곁을 지킬게’는 감정에 음과 언어를 더해 담백하게 노래하는 윤현상의 보컬적 특색과 정서를 대표하는 곡이다.

“이번 음반을 통해 기대하는 건 ‘뮤지션’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성을 생각하며 만들진 않았지만, 대중이 좀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윤현상은 곡을 만들 때 노랫말을 먼저 쓰는 스타일이다. “노랫말을 쓰면 멜로디가 떠오른다”는 그는 멜로디에 가사를 얹는 게 아니라, “가사를 멜로디에 실어 전달”한다.

서정적인 노랫말은 대부분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현재 윤현상이 써놓은 곡은 약 25곡에 달한다. 다른 이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될 수도 있지만 그는 “남에게 주기보다 우선 내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싶다”고 했다.

“만들어놓은 노래가 여자 감성이면 여가수에게 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프로듀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국 윤현상이 대중에 기대하는 평가는 ‘뮤지션’이라는 것이었다.

“뮤지션이라는 말을 언젠가 듣고 싶다. ‘싱어송라이터’보다 자기 음악색깔을 갖고 있고, 또 잘 표현하는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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