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서지안 “수없이 떨어진 오디션, 간절함으로 버텨” [인터뷰]

입력 2014-12-08 2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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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오랜 무명 딛고 ‘불후’ 무대서 꿈 되찾아
○ ‘목소리’만으로 감동 주는 임재범 같은 가수 되고파


일생 중 3번의 귀한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쉽사리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회인지도 모른 채 놓치는 사람도 있다. 가수 서지안(27)은 그 기회를 잡은 사람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무대에서 그는 앞에 놓인 ‘기회’라는 상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지난 10월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 - 마이클 볼튼’ 편. 한 낯선 가수가 등장했다. 데뷔 4년차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무대에 오르자 “누구야?”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서지안은 그렇게 무대에 올랐다.

냉담했던 반응은 5분 만에 환호로 바뀌었다. 마이클 볼튼의 ‘A love so beautiful’을 열창한 그는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박정현, 에일리, 효린, 소향 등 최고의 가수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요. 그 무대가 제게는 가장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지난 2011년 QJ로 데뷔한 서지안은 오랜 무명생활을 하며 가수에 대한 회의감에 빠졌다. 지난달 3월 디지털싱글 ‘나쁘다 너’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문을 두드렸지만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음악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중대한 기로에서 ‘불후의 명곡’을 만나게 됐다.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서고 싶어서 오디션을 볼 기회를 달라고 제가 직접 요청했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깐이었어요. ‘왜 하필 마이클 볼튼 편에 불러주셨지?’ 그런 생각이 들었죠. 혹여나 나가서 욕먹진 않을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무대를 지켜본 마이클 볼튼 역시 서지안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눈여겨봤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지난달 21∼2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마이클 볼튼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마이클 볼튼에게 ‘노래를 듣고 슬펐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발라드 가수에게 노래 잘한다는 칭찬보다 더 기쁜 칭찬이 아니었나 싶어요.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노래로 제 진심이 전해졌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했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음악을 향한 부푼 꿈을 안고 국악예술고에 입학한 서지안은 가수 지망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거듭 오디션을 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오로지 “넌 안 될 것 같아”라는 말뿐이었다.

“별 하나 없는 캄캄한 어둠과 같았어요. 늘 배고프고 어두워 앞이 캄캄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데 방송을 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으니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만 들었고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죠.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저를 버티게 해준 것 같아요.”

이처럼 서지안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음악을 붙잡았다. 20대 초반에는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유지했다. 음악에 대한 전문성은 없었지만 부르고 싶다는 절실함이 그의 가창력을 완성시켰다. ‘불후의 명곡’에서의 무대는 오랜 노력과 가수가 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방송을 보신 아버지가 처음으로 ‘가수한다고 해도 뭐라고 안할게’ 라고 하셨습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별 성과가 없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해하셨겠어요. 앞으로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면서 제대로 된 효자 노릇 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다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서지안은 ‘불후의 명곡’ 마이클 볼튼 편에 이어 故 이봉조 편에 출연해 알리를 꺾는 저력을 발휘했다. 9일 디지털싱글 ‘심장이 아파’ 발표와 함께 무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정규앨범도 발매할 예정이며, 12월에는 무명 때부터 해온 구세군 자선공연도 계획 중이다.

“노래를 시작할 때 첫 글자, 첫 소절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평소 노래연습을 할 때도 처음에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구세군 자선공연도 마찬가지로 데뷔 때 처음마음, 그때의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 꼭 참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서지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임재범이라고 대답했다.

“마이클 볼튼이 제게 ‘우상’이라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롤모델은 임재범 선배님입니다. ‘나가수’ 무대에서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실제로 무대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때가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대중에게 ‘진정성’을 전하는 뮤지션이 될게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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