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GG 103표도 감사”

입력 2014-12-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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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골든글러브 15표차로 놓쳐도 싱글벙글
“부족함 많은데 감사…내년에는 더 열심”

“골든글러브 수상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라는 인사말에 그는 “에이 왜 그러세요. 제가 어떻게 수상을 해요”라며 웃음으로 대답했다.

삼성 포수 이지영(29·사진)은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효표 321장 가운데 103표를 획득했다. 그러나 후배 양의지(27·두산)에게 15표 차이로 밀리며 아쉽게 첫 골든글러브를 놓쳤다. 박빙이었던 터라 수상 실패가 아쉬울 법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받아들고도 표정만큼은 온화하고 평온했다.

조금은 늦은 출발이었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2008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하는 현상)’을 겪으며 고초를 겪었다. 오랜 방황 끝에 야구를 포기할까도 수차례 생각했었다. 하지만 삼성과 상무를 거쳐 마음을 다잡았다. 삼성의 사상 최초 통합 4연패 업적을 달성하며 주전포수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2013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주전포수로 안방을 지키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지영은 항상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스스로 주전포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시즌 내내 “선후배들과 팬들께 스스로 주전포수로 인정받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의 뒤에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베테랑 진갑용의 존재감이 그것.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도 알고 있다. 진갑용의 ‘수’를 읽고 배워왔던 터라 아직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고 판단한다. 올해는 개막전에서 늑간 부상을 당해 한 달여의 재활을 거치며 5월 중순부터 주전 마스크를 썼다. 그 사이 후배 이흥련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지영은 이를 악물었다.

조금은 늦은 ‘풀타임 2년째 시즌’을 보냈다. 투수리드 등이 안정을 찾았고, 2013년 0.239에 그쳤던 타율이 0.278로 껑충 뛰었다. 도루저지율도 0.239에서 0.291로 조금 높아졌다. 경기력이 한결 나아졌다는 평.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골든글러브는 알을 깨고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도약과정에 불과하다. 이지영은 “100표도 충분히 고맙고 감사드린다. 내년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우회적으로 골든글러브 욕심을 드러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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