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 야구 광풍 불까

입력 2014-12-12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FA(프리에이전트) 투수 중 최대어로 꼽힌 존 레스터(31)의 행선지가 10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로 정해지자 조 매든 감독은 “로토에 당첨된 기분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자신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다저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컵스는 ‘6년 1억5500만 달러(약 1704억원)’의 조건을 제시해 레스터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레스터의 컵스행은 레드삭스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끈질긴 구애 공세가 결정적이었다. 또한 레드삭스의 판단 착오도 한 몫을 했다. 지난 시즌 레드삭스는 4년 70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추진하다 거절을 당한 바 있다. 레드삭스에서 프로에 입문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이끌었던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소홀히 한 것이다. 만약 7년째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레스터가 컵스 구단으로 받게 될 연봉 총액은 1억7000만 달러(약 1868억원)까지 늘어난다. 레드삭스가 제시한 조건은 6년 1억20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터가 받게 될 평균 연봉은 2580만 달러(284억원)로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3070만 달러)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됐다. 확실한 에이스 레스터와 포수 미겔 몬테로를 동시에 영입한 컵스는 2015년 시즌 다크호스로 부상하게 됐다.

1908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컵스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마치자마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이자 신인 선수 조련에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매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그에게 5년 25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레이스는 스몰 마켓 팀의 한계를 극복하고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틈바구니에서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매든 감독의 지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카고는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더불어 미국의 3대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컵스와 화이트삭스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총 5번에 불과하다. 레드삭스 시절 86년간 이어져 온 ‘밤비노의 저주’를 깬 경험이 있는 엡스타인 구단주는 레스터 영입전에서 승리를 차지함에 따라 매든 감독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컵스 로스터를 보면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1루수 앤서니 리조와 유격수 스탈린 카스트로가 정상급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 2루수 하비에르 바에스, 유격수 에디슨 러셀, 외야수 호르헤 솔레르 등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자신의 시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매든 감독이 구슬을 어떻게 꿰느냐다. 시카고 팬들은 만년 약체의 설움을 씻고 컵스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정상에 오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편 지역 라이벌 화이트삭스도 선발투수 제프 사마자와 마무리투수 데이빗 로버트슨을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했다. 왼손 거포 애덤 라로시를 붙잡는데 성공해 ‘쿠바 특급’ 호세 아브레우와 함께 막강 원투펀치를 이룰 전망이어서 충분히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을 구축했다. FA 알짜배기들이 집결한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서 내년 시즌 야구 광풍이 불게 될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