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참사랑 가족애 일깨우다

입력 2014-12-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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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돌풍이 거세다.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영화는 개봉 15일 만에 40만 관객을 넘어섰다. 추운 겨울 노부부의 따뜻함이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사진제공|아거스필름

다큐 ‘님아 그 강을…’ 40만관객·흥행 1위 비결

“관객의 시선이 사랑을 넘어 가족으로 향하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님아)를 만든 진모영(44) 감독은 관객이 보내는 뜨거운 지지의 배경을 이렇게 느끼고 있었다. “볼 만한 이야기,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는 걸 관객이 인정하는 것 같다”고도 반겼다.

이례적인 돌풍이다. 대중과 친숙한 주류 장르도 아닌, 제작비 1억2000만원에 불과한 ‘님아’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제작비 70∼80억원대 상업영화까지 제친 기록이다. 11일까지 누적 관객 40만 명.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단 흥행 속도다.

진모영 감독은 “40∼50대가 많이 볼 거라 예상했다”고 돌이켰다. 전망은 빗나갔다. ‘님아’의 주요 관객층은 20대다. 이 젊은 관객들은 76년을 살아온 98세 할아버지(조병만)와 89세 할머니(강계열)에게 열광하고 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 사랑은 어떻게 유지되나. 두 가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20대 관객 대부분이 ‘우리 부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떠오른다더라. 사랑을 넘어 가족까지 보는 듯하다.”

그는 “일자리 찾기 어렵고 수입도 변변치 않은 요즘, 가장 가까운 가족이 그리운 건 아닐까”라며 “그런 소망과 열망을 영화 안에 녹여 넣어 바라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진 감독은 2012년 8월 노부부가 사는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는 “처음 10개월 동안 제작비 없이 촬영했다. 혼자 운전하며 카메라를 들고 며칠씩 횡성에 머물렀다. 시나리오와 배우 덕에 제작비를 받고 시작하는 극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결말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살아 꿈틀거린다”고 말했다.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노부부는 건강했다. 살뜰히 챙기는 부부의 모습에 감독은 영화 제목을 ‘선녀와 나무꾼’으로 구상했다. 죽음이 담길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조병만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23일 세상을 떠났다.

“두 분이 집 앞 강가에 자주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가 아프면서 할머니 혼자 강가에 나왔다. 그 모습에서 ‘님아’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이들의 생활을 묵묵히 지켜본 감독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노부부에게 장미꽃 1000송이의 프러포즈는 없다. 보이지 않는곳에서 머리를빗겨주고 서로 옷핀을 꽂아주며 신발을 싣기 편하게 놓아준다. 카메라를 의식한 연기도, 연출도 아니다. 평생 작은 것들을 실천하며 산 노부부의 배려와 사랑,그게 쌓인 습관 같은것이다.”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는 영화에서처럼 혼자 살아가고 있다. 진 감독은 “흥행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우리에겐 원죄가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2000년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된 ‘그 산속에 영자가산다’ 의 이야기를 꺼냈다.

“도를 넘어서는 지나친 관심으로 영자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영자는 출가를 했다. 스크린에서 느끼고 받은 사랑과 감동만을 간직하면 어떨까. 할머니의 여생을 지켜드리고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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