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호준, 야구대제전 결승전 참가약속 지킨 사연

입력 2014-12-13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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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마산은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해 있어 서울에서 움직이기 쉽지 않은 거리다. 겨울이라 춥기도 하다. 게다가 1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야구대제전 결승전은 오후 2시에 열려 일찍 움직여야 했다. 그럼에도 모교를 향한 선배들의 사랑 앞에 이런 장애물은 대수로울 것이 없었다.

결승에 오른 광주일고는 ‘정신적 지주’인 이호준(NC)이 연습 때 나타나지 않았다. 이호준은 예선부터 마산구장을 찾아 야구대제전에 참가하며 후배들을 향해 “반드시 결승까지 올라가라. 그러면 또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광주일고는 정말 연승을 거듭하며 결승에 올라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12일 광주일고가 군산상고를 잡고 결승에 오르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호준은 새벽에 차를 타고 마산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늦잠을 잤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히자 이호준은 차를 돌렸다. 집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김포공항으로 향한 것이다. 김해로 오는 비행기를 잡아타고 김해에서 마산까지 다시 차로 1시간 거리를 달려왔다. 광주일고는 이호준이 도착할 때까지 투수 심동섭(KIA)을 지명타자로 넣고 기다렸다. 이호준은 2시20분쯤 야구장에 도착하는 ‘집념’을 보여줬다.

13일 부산에서 롯데 문규현의 결혼식이 열렸다. 그러나 광주일고 선배들은 김대우(롯데)에게 “축의금만 보내고 바로 마산으로 오라”고 엄명(?)을 내렸다. 준결승에서 안 뛰었던 모창민(NC)까지 4번타자로 가세했다.

이에 맞서는 마산 용마고도 문규현 결혼식에 참석한 정훈(롯데)을 긴급 호출했다. 예비 타순에 정훈을 1번타자로 넣었다고 도로가 너무 막힌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선수로 선발 명단을 바꿔가면서 기다렸다. 문규현의 결혼식을 끝까지 보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출발한 정훈도 20분쯤 늦게 도착했다. 용마고 관계자는 “우승만 하면 신혼여행에서 오늘 들어오는 장원삼(삼성)도 축승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승패를 떠나 야구인들의 깍듯한 모교 사랑을 체감할 수 있었던 야구대제전의 풍경이다. 자기를 키워준 고교를 향한 애정을 프로 선수가 되고나서도 잊지 않고 있었다.

마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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