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투수미팅에 타자도 참석하는 까닭

입력 2015-01-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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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들이 29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동그랗게 모여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KIA는 ‘나는 오늘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왜?’라는 플래카드 아래 팀 퍼스트 의식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 오키나와 KIA캠프를 가다

조계현 코치 아이디어로 투수·야수 교류
다른 포지션의 선수 입장 이해 화합 도모
훈련 중 사담 금지 등 마인드 바꾸기 한창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서 KIA는 가장 답이 없는 팀으로 꼽힌다. “현재 보유전력도 빈약하지만 미래는 더 어둡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한화, kt보다 더 비관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KIA로 온 김기태 감독은 부임 첫 캠프지를 오키나와에 차렸다. 1월 16일부터 3월 4일까지 스프링캠프 모든 일정을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진행한다. 29일 국내언론 최초로 KIA의 캠프지를 방문했다. KIA가 어떻게 개조되고 있는지,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 KIA 캠프에서 목격한 독특한 3가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 들어온 첫날, 다른 팀 캠프에서 보기 힘든 3가지를 목격했다. 첫째로 사복 입은 KIA 관계자가 1명도 없었다. 프런트 직원조차도 KIA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다. 야구장 밖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의 당부에 따른 조치다.

둘째로 선수들은 훈련 중 동료, 코칭스태프를 제외한 사람과 얘기를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외부 사람과 사담을 나누는 시간은 훈련 전후, 식사시간이 거의 유일했다. 훈련은 “시간이 아니라 집중”이라는 김 감독의 신념이 투영된 결과다.

셋째로 킨 구장 외야 펜스에 길게 걸려 있는 플래카드다. ‘나는 오늘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왜?’라고 적혀 있다. 김 감독이 문구를 직접 생각했다. 꽤 추상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는데 김 감독은 “해답은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가지 광경이 지향하는 바는 하나로 귀결되는데 바로 의식개조다. 김 감독은 KIA 선수들을 꼴찌후보에서 끌어올리려면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시작은 ‘전원이 팀으로 뭉쳐야 한다’는 의식을 이식하는 것이다. 단, 그 변화는 자발적이어야 하지만 일단은 감독이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 팀 퍼스트, 그 출발은 ‘배려’에서

훈련장을 떠나서도 KIA만의 독특한 풍경이 나타나는데 바로 팀 미팅이다. 대개 투수와 야수가 파트별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김 감독은 투수미팅에 타자가, 타자미팅에 투수가 들어가도록 지시했다. 가령 투수미팅에 이범호, 김주찬이, 타자미팅에 양현종이나 최영필이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면 투수들이 타자에게 즉석질문을 건네고, 타자는 타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준다. 타자미팅은 그 반대로 진행된다. 조계현 수석코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인데 이를 통해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포지션의 시점에서 바라보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김 감독은 29일 “우리 팀에 선수가 없지 않다. 선수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팀으로 싸워야 승산이 있을 것이고,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음을 김 감독은 전달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오키나와(일본)|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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