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전문의가 본 ‘하이드 지킬, 나’ ‘킬미, 힐미’

입력 2015-02-0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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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복수의 인격을 지닌 다중인격은 정신의학적으로 ‘해리성 정체 장애’로 불린다. 현실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이 질환이 드라마 소재로 사용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많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의 지성은 일곱개의 인격을 각기 다른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 다중인격은 마음의 병 치료제는 오직 사랑뿐

이중인격 현빈·칠중인격 지성, 마음의 병 앓는 인물
각각 여주인공 한지민·황정음 통해 내면의 상처 치유

해리성 정체 장애…실제로는 진단된 사례 거의 없어
사회 불안심리 반영…‘정신질환’ 소재 더 늘어날 듯


‘겉과 속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인 “이중인격자”라는 비난을 달고 산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는 ‘슈퍼 갑질’의 대명사이면서 성격은 까칠하고 오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재벌 2세이다가 밤이면 부드럽고 마음씨 따뜻한 남자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그도 모자라 “칠중인격자”도 있다. 역시 재벌 3세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의 속을 들여다보면 ‘요물’ 같다. 뇌쇄적이면서도 폭력적인 40대와 10대 고교생 심지어 10대 불량소녀와 7세 여아 사이를 오가다 아예 그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된다.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속 현빈과 MBC ‘킬미, 힐미’ 속 지성이 그려내는 ‘다중인격’의 캐릭터다. 두 드라마는 나란히 비슷한 소재를 그것도 동시간대 방송하며 유사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만큼 이제 안방극장에서 다중인격의 소재는 보편적인 감성의 공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획 아이디어가 된 것일까. 과연 현실에서도 이 같은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는 걸까.


● “마음의 병…상처는 ‘사랑’으로 치유”

두 드라마의 제작진은 나란히 다중인격을 소재로 다루게 된 것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사랑으로 치유하며 또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한다는 바람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달콤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장르로 내세웠고, 각각의 여주인공인 한지민과 황정음을 통해 상처(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현빈은 극중 청소년 시절 당한 사고로 ‘마음의 병’을 갖게 됐다. ‘나쁜 남자’로 살다 한지민을 만나 서서히 변해가고, 순정남인 또 다른 인격체도 자아를 찾아간다. 지성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사고를 잊기 위해 죽을 만큼 애쓰다 내재된 인격이 동시에 폭발했다. 주치의인 황정음이 7개의 인격으로 표현되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

차갑거나 또는 따스하거나.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은 극과 극의 인격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며 상반된 매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SBS



● “불안한 사회의 드라마”

다중인격은 정신의학적으로는 ‘해리성(解離性) 정체 장애’로 불린다. 정체성 결여의 문제로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혼돈하고, 때로는 자신을 다수의 인격으로 경험하는 정신장애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실제로 진단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톨릭의대 정신과학교실 채정호 교수는 “전혀 다른 인격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시적으로 성격이 돌변하는 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인 이나미 심리상담연구원장도 “다중인격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진 병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발견된 경우도 있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 현빈의 주치의인 신은정이 언급한 ‘빌리 밀리건’ 사례다. 1955년 2월14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그는 강간 및 무장강도 혐의로 체포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무려 24개의 인격을 가진 것으로 판명돼 무죄를 받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인격이 바뀌면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잘 모르게 된다”며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없는 증상이기는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과거처럼 특이한 질환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의 이런 설명은 최근 정신분열,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다룬 드라마가 많이 등장하는 것의 한 배경을 말해주기도 한다. 채정호 교수는 “불안심리가 깔린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일이 주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드라마 역시 이런 현실을 반영하면서 앞으로도 더 많이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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