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 사진제공|KLPGA
오락가락 데뷔 일정에 훈련 부족 원인
오늘 바하마클래식…명예회복 다짐
“이게 내 진짜 실력인가라는 생각에 충격이 컸다.”
1년 만에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백규정(20·CJ오쇼핑·사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전에서 컷 탈락의 악몽을 경험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그러나 그녀는 “루키답게 당차게 일어서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백규정은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러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2015시즌 개막전 코츠챔피언십에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쏠리는 시선이 많았다. 내심 우승까지도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담했다. 1라운드에서 8오버파를 기록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2라운드에서도 2타를 더 잃은 끝에 10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창피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함께 컷 탈락한 (김)세영 언니와 ‘다음에는 잘하자’고 서로를 위로하며 겨우 속상함을 털어냈다. 악몽 같은 기억은 오캘러 골프장에 모두 묻어두고 왔다.”
사실 백규정은 대회 직전 살짝 불안함을 엿보였다. 그녀는 1월 25일 전화통화에서 “공이 똑바로 가지 않는다. 딱히 뭔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은데, 생각처럼 공이 날아가지 않아서 걱정이다”며 데뷔전을 부담스러워했다. 다행히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상도 없다. 다만 2014시즌 종료 이후 2015시즌 개막까지 불과 1개월여밖에 시간이 없어 충분히 몸을 추스르지 못했다. 지난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백규정은 4월 시즌을 시작해 12월 초 일본에서 열린 한일국가대항전까지 출전했다. 8개월 동안 29경기(LPGA 투어 2경기)를 소화했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에서 휴식기가 충분치 않아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개막전 준비가 미흡했던 원인도 있다. 백규정은 데뷔전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당초 계획은 2월초까지 호주에서 동계훈련을 진행한 뒤 2월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여자오픈을 통해 데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말 LPGA 투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이왕이면 좀더 빨리 부딪혀보자는 생각에 데뷔전을 앞당겼다.
백규정은 “훈련시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또 데뷔전 문제로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작년과 달리 빨리 시작된 시즌 일정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선 연습밖에 없다”며 다음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백규정은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중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다. 개막전에서 보여준 성적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제 겨우 첫 대회를 치렀을 뿐이다. 최악으로 시작했으니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백규정은 5일(한국시간)부터 바하마에서 열리는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 출전한다. 일찍 현지로 이동한 그녀는 3일 공식 연습일에 맞춰 아침 일찍 코스로 나갔다. 불안했던 드라이브 샷도 정상을 찾았다. 백규정은 “바람이 많이 불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 한국에서 경험한 바람과는 또 다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열린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경기하겠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