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기 “첫 영화 ‘오늘의 연애’, 내 실력 증명하고 싶었다”

입력 2015-02-05 1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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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는 “데뷔 12년차인데도 아직도 신인 같다. 뭐든 할 때마다 즐겁고 설렌다”며 미소 지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연예인 이승기(28)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거기다 뛰어난 예능감까지…. 라이벌이 쉽게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돌이켜보면 그가 처음부터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2004년 가수로 데뷔한 그는 2년 만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를 통해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당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가수 출신 연기자’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허당 이미지를 구축해 큰 사랑을 받았다. 토크 버라이어티 ‘강심장’에서는 강호동 없이도 1인 MC 체제를 훌륭히 소화했다. 이후에도 드라마와 예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만능 엔터테이너’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걸음이 스크린에 닿기까지는 11년이 걸렸다.

“박진표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택했죠. 박 감독님이라면 로맨틱 코미디가 가지는 특유의 가벼움 등 단점을 보완해줄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리고 ‘오늘의 연애’ 시나리오를 정말 즐겁게 읽었어요. 아, 로맨틱 코미디의 파이가 영화시장에서 작다는 건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웃음) 그래도 제 선택에 후회는 없었어요.”

그의 스크린 데뷔작 ‘오늘의 연애’는 보통 남녀의 썸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승기는 현우(문채원)와 18년 동안 친구로 지낸 남자 주인공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준수를 연기했다.

“드라마나 영화나 시스템적인 차이가 있을 뿐 현장은 늘 똑같아요. 주인공이 스태프들에 얼마나 융화돼 가느냐가 중요하죠. 일부 관계자들은 ‘드라마만 했는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의심했을 거예요. 그래서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저도 운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니까 최대한 실력을 보여주려고 했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렇게 이승기는 자연스럽게 준수에게 동화됐다. 그는 찌질(?)하면서도 마음 따뜻한 준수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승기는 “걱정했는데 캐릭터에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준수의 캐릭터가 빛난 데에는 문채원과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도 한 몫 했다. 두 배우의 만남은 2009년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와 전혀 다른 애정 라인을 그린다는 것이다. 문채원은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를 짝사랑했으나 ‘오늘의 연애’에서는 반대로 그의 사랑을 받는다. 극 중 준수는 18년 동안 마음에 품어온 현우를 위해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이승기는 “문채원이 여주인공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케미가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찬란의 유산’에서 연기로 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아쉬움 없이 원 없이 푼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이승기가 열정을 쏟아 부은 준수는 그와 얼마나 닮았을가.

“상대를 우직하게 좋아하는 것은 좀 닮았어요. 빈 구석도 있고요. 그러나 꼼꼼하게 따지자면 저와 같은 것은 별로 없어요. 저는 술도 좋아하고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고백하는 편이에요. 그런데도 준수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제 이미지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에요. 감독님이 제 모습에서 많이 착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속 현우는 남자를 두 분류로 나눈다. 여자를 벽으로 밀치는 남자와 지켜주는 남자. 이는 관객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대사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이승기는 “실제 나는 둘 다 섞였으나 때에 따라 다르다”는 묘한 답을 내놨다.

“그래도 가급적 아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켜준다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웃음) 저는 뭐든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요. 빠르면 빠를수록 서로 빨리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또 마음을 나누면서 천천히 가는 게 더 좋아요.”

이승기는 “고백했을 때 차인 적은 없다”면서 “확신이 들 때에 고백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랑에 있어 신중한 편이다. 고백한 횟수도 적다.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승기는 “썸이라는 게 밥도 먹고 데이트를 하고 스킨십을 하면서도 안 사귀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부분에서 썸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진정성 있는 연애가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상 여지를 주는 현우보다 희진을 택했다. 희진은 준수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여대생이다.

“남자 이승기로서는 준수가 의아해요. 자기 좋다는 여자가 몸매도 좋고 스펙도 좋잖아요. 거부할 이유가 없죠. 희진 같은 여자를 왜 안 만나는 건지...저라면 현우는 별로 안 끌릴 것 같아요. 어떤 남자도 여지를 주면서 자신을 간 보는 여자를 만나고 싶진 않을 거예요. 진정성 없어 보이잖아요.”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사랑도 일도 진지한 이승기. 그에게 다음 행보를 물었다. 영화배우로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는 처음만큼 두 번째 작품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터. 게다가 그는 1987년생으로 올해 혹은 내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더욱 선택해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승기는 “변신을 위한 변신은 안 하는 스타일이다. 또 다른 ‘러블리’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다음에도 로맨틱코미디를 할 수 있다. 답습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인물을 많이 연기해왔다. 이제는 검사 변호사나 의사 같이 스마트하고 있어 보이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저를 잘 아는 지인은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연기는 악역이야’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가끔 욱할 때도 있고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어요. 보이는 그대로만의 이미지는 아니죠. 악역을 한다면 단순 살인마보다 지능적인 사이코패스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반전이 있어야겠죠. 뭐든 지능이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어요. 좀 떨어지는 건 그만할래요(웃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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