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동아닷컴DB
김진수 “시련은 있지만 난 꺾이지 않겠다”
2011카타르아시안컵을 끝으로 한국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2명의 영웅이 한꺼번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지성(34)과 이영표(38)다. 당시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던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은 “(박)지성이가 빠진 왼쪽 날개는 메워줄 자원들이 있지만, 왼쪽 수비수의 공백은 정말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다행히 더 이상 이 같은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게 됐다. 김진수(23·호펜하임·사진)란 확실한 자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진수처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박주호(28·마인츠05)도 왼쪽 측면을 맡을 수 있지만, 박주호는 요즘 수비형 미드필더로 더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제2의 이영표’로는 김진수가 좀더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2015호주아시안컵에서 김진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비록 개최국 호주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막판 뼈아픈 실수로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대회 내내 눈부신 플레이를 펼친 그를 누구도 크게 비난하진 않았다. 호펜하임 합류 직후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진수는 “상대 공격수를 좀더 몰아치고 붙어줘야 했었다. 볼이 뒤로 흐르는 상황만큼은 무조건 막았어야 했다. 이영표 선배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김진수는 이제 갓 A대표로 성장해가는 ‘미생’이다. 오히려 비교적 작은 체격(177cm·69kg)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대표팀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현대축구에서 가장 공격적인 왼쪽 풀백으로 통하는 마르셀로(브라질)의 경기 영상을 보며 꾸준히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다.
김진수는 아시안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국가대표로 결승전까지 긴장하지 않고 뛰면서 적어도 정신적 부분에선 확실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작은 판단미스가 얼마나 큰 악영향을 불러오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그래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레버쿠젠)과 룸메이트로 지내며 빅리그 초년병이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했고, 그저 어렵기만 했던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35·FC서울)를 보며 태극마크의 진실성과 ‘진짜 선수’가 무엇인지를 깨우쳤다. 김진수는 “시련은 언제라도 있다. 아시안컵은 분명 시련일 수 있다. 그러나 난 꺾이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국가대표로서도 꼭 성공하고 목표한 걸 반드시 성취하겠다”며 더욱 단단한 선수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