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보트.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고치 캠프부터 지금까지 쭉 봤는데 삼성 시절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진다. 구위뿐만 아니라 팔꿈치에 전혀 이상이 없어 보인다. 투수끼리는 던지는 것만 봐도 안다. 재활을 잘 한 것 같다. 올 시즌이 기대된다.”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배영수(34·한화)가 외국인투수 미치 탈보트(32)를 보고 내린 평가다. 쉐인 유먼(36)과 함께 한화 선발 마운드의 축이 돼야할 탈보트가 ‘싱싱한 공’을 뿌리며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탈보트는 팔꿈치에 이상만 없다면 투구 능력만큼은 검증된 투수. 2012년 삼성에서 14승3패(승률 0.824)를 기록하며 승률왕에 올랐다. 그러나 팔꿈치가 문제였다. 그해 시즌 개막 이후 20경기에서 12승2패, 방어율 3.36으로 잘 던졌던 탈보트는 8월 25일 이후 마지막 5경기에서 2승1패를 올렸지만 이 기간 방어율은 6.58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면서 시즌 방어율도 3.97로 치솟았다. 외국인투수가 시즌 138.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자 삼성도 고민 끝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10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신인 다승 2위에 올랐지만 이듬해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된 전력도 있어 불안했기 때문이다.
결국 탈보트는 팔꿈치 수술 후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를 전전하다 지난해 시즌 후반 대만프로야구 라미고 몽키스에 입단해 호투를 거듭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더니 이번에 한화와 인연을 맺었다.
탈보트는 22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친정팀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3이닝 3안타 2볼넷 1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첫 실전이어서 그런지 1회에만 2안타 1볼넷을 내주며 2실점했지만, 나머지 2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무엇보다 벌써 최고구속 146km가 나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 시점에서 찍은 구속이 삼성 시절 후반기에 던졌던 구속보다 더 빨랐다. 배영수는 “팔꿈치가 안 좋으면 신경이 쓰여 이렇게 못 던진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팔꿈치에 이상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탈보트는 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요리한다. 특히 직구처럼 날아오다 살짝 떨어지는 싱커성 구종으로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직구도 싱싱하다면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과연 탈보트가 한화의 외국인투수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