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재환, “키아누 리브스에게 한복 선물, 나만의 ‘드림리스트’”

입력 2015-02-25 1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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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지난 1월 영화 ‘존윅’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50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매력을 선보인 그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선물 받은 한복을 손에 꼭 쥔 모습이 팬들에게 커다란 화제가 된 것.

키아누 리브스를 위해 제작된 이 한복은 우리 고유의 전통의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마음을 담아 특별히 만들어졌다. 배우 겸 빚깔고은 대표 이재환 씨(31)는 오직 키아누 리브스를 위해 상의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꼭 맞는 맞춤 한복을 선물했다.

“제가 꼭 이루고픈, 저만의 ‘드림리스트’에 포함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키아누 리브스였어요. 제 한복 선물이 그에게 긍정의 에너지가 되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보니 무언가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복 선물에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서 정말 기뻤습니다.”

◆ “막노동, 물류창고 등 150개 넘는 아르바이트 이겨냈죠.”

배우 이재환은 최근 개봉 영화 ‘어우동 : 주인 없는 꽃’에 한복 협찬은 물론 포목점 주인으로 출연했다. 이에 앞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로에서 연극 ‘시크릿’으로 활동했고 ‘아이리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대물’ 등의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다. 그러나 그에게 배우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9년 전 연기자의 꿈을 갖고 무작정 서울로 왔어요. 배우라는 꿈을 위해 오랜 시간 연극무대, 방송, 영화 등에서 단역을 맡았죠. 근데 배우라는 일이 참 배고픈 직업이라 시간이 갈수록 현실에 벽에 부딪히게 됐어요. 그럴수록 이를 꽉 물었어요. 막노동, 물류창고 등 150개가 넘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톱스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던 것 같아요.”

반 지하에 거주하며 보증금 500만 원으로 비키니 사업을 시작했지만 한마디로 ‘쫄딱’ 망했다. 무엇을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있던 그에게 한복 모델 제의가 들어왔다.

“우연히 한복 모델 제의를 받았어요. 그 와중에 제품 사장님을 통해 한복 사업이 잘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마침 오랫동안 한복 공장을 운영 중이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한복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광장시장에 나가봐도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풋내기 취급만 당했어요. 그래도 제가 직접 디자인하며 발품 판 결과 지금은 1300개 이상의 거래처를 갖게 됐고, 한 달 매출 2000만 원도 달성했답니다.”

◆ 나만의 ‘드림리스트’, 전 세계 한복 전도사

종로 3가와 부산에 매장을 둔 이재환 씨는 올해 대한민국 최초로 프랑스 세계 3대 축제인 ‘리스 카니발 축제’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힘든 과정 가운데서도 그를 이끌어준 원동력은 따로 있었다.

“제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드림리스트’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꿈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현할 수 있는 목표들을 세우고 있어요. 키아누 리브스의 경우 오기 한참 전부터 그가 한복을 입는 상상을 강력하게 해왔거든요. 덕분에 한복 일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앞으로는 감사한 인연들을 위해 힘쓰고 싶어요. 뿐만 아니라 패션쇼 진행, 영화 제작하기, 엔터테인먼트 설립, 미혼모 일자리 창출 등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는 한복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홍콩 진출을 위한 업체 미팅을 가졌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직접 그를 만나러 오는 계획도 잡혀있을 정도다. 나아가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한복 협찬도 줄을 잇고 있다.

“오직 돈만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올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무턱대고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 성공 못 하면 절대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었죠. 그때의 다짐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아직 세계 진출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점차 여러 곳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으니 이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한복을 세계로 알리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 중이다. 언젠가 전 세계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원활하게 전하고픈 열망이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복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한복 보급과 대중화를 꿈꾸는 그의 ‘드림리스트’가 완성될 날을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빚깔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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