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장성범, “김윤석 아역이 인생을 바꿨다”

입력 2015-03-04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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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연기자 장성범. 영화 ‘화이’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미스터백’, ‘힐러’ 등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대다수의 청소년이 스타를 꿈꾸는 세상이다. 아이돌 가수가 되려는 ‘지망생’들이 기획사로 몰린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고 싶은 욕심은 어릴수록 더 강하기 마련이다.

연기자 장성범(20)은 좀 다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대학로 극단 소속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예기획사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보다 혼자 힘으로 기회를 찾으려는 결심에 발부터 움직였다.

진심으로 목표를 향해가는 이들에게 기회는 온다.

장성범은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드라마 ‘힐러’를 포함해 MBC ‘미스터 백’,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별에서 온 그대’까지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2013년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로 데뷔한 지 햇수로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엄마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장성범이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다. 그 시작은 우연이지만 과정은 필연에 가까워 보인다.

중학교 2학년 때 장성범은 학교 현장학습으로 연극 ‘스노우 드롭’을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극은 물론 영화도 낯설었던 그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엄마의 병실로 달려간 그는 낮에 본 연극의 한 장면을 흉내 냈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다. 주변에서 ‘엄마를 웃게 해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연극을 흉내 내는 걸 보면서 엄마가 많이 웃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를 웃게 하려면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는 아들의 꿈을 응원했다. 연기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학원비를 마련했고 예술고등학교 편입도 도왔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주말과 방학 때는 극단에서 살다시피 했다. 몸으로 부딪히고 싶었다. 그게 진짜 연기 같았다.”

틈틈이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 공고가 나오는 온라인 사이트도 뒤졌다. 학교 공부보다 연기가 더 좋았던 때였다.

“작은 기회라도 잡고 싶었다”던 그는 대학 입학식을 앞두고 우연히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제작진이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응했다. 주인공 김윤석의 아역이었다. 결과는 합격. 장성범이 전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출발점이다.

“‘화이’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다. 지금의 소속사(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도 알게 됐다. 요즘도 한밤 중에 문득문득 눈을 뜬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신기하고 놀랍다. 자다 깨서 엄마, 아빠 하고 소리친다. 내가 정말 연기를 하고 있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믿기지 않는다. 하하!”

○“어떤 영화를 하는지 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장성범은 소극적인 성격이다. 연기를 할 때는 다르지만 평소 낯가림도 심한 편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줄곧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때, 그를 위로해준 이들은 뜻밖의 배우들이다.

“짐 캐리와 성룡 그리고 장영남 선배님의 영화는 꼭 봤다. 코미디 배우이지만 그 안에서 깊은, 뭔가가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당연히 장영남 선배님이다.”

햇수로 2년에 불과한 연기 경력이지만 그는 비교적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가장 최근에 참여한 ‘힐러’에서는 박민영과 손잡는 의협심 강한 기자로, 그보다 앞선 ‘미스터 백’에선 장나라의 철부지 동생을 연기했다.

약 두 달에 불과한 드라마 촬영이 끝날 때면 장성범은 “내가 만난 배역에게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두 달 동안 살아냈던 인물이 드라마가 끝나면 사라지지 않나. 각자의 역사가 있는 그 인물들을 내가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미안하다.”

요즘도 장성범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오디션에 응하고 있다. 아직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부분 떨어진다. 탈락 소식을 접해도 그는 의기소침해 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잘난,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그 역할을 맡았구나. 그렇게 받아들인다. 욕심부터 내지 않고 뭐든지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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