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먹는 재미가 있을 줄은 몰랐네~
민족고대 학생식당은 어떤 모습일까?
※세 번째 학교 : 고려대학교급식.JPG
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일어나고 석달이 하루같던 방학도 끝난 3월 입니다.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던 고딩들이 꿈을 실현하는 달이기도 하죠. 장동건, 김태희 같은 선배들을 꿈꾸며 입학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당신들의 텅 빈 마음까지 채워줄 점심식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배고프지? 드루와 드루와
이제까지 둘러봤던 어떤 학생식당보다 찾기 쉬웠습니다. 대문짝만하게 ‘학생식당←’이라는 표지판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캠퍼스의 점심시간은 어느 때보다 빠른 학생들의 걸음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자석처럼 학생들과 함께 이끌린 고려대학교 학생식당은 다른 학생식당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고 봐왔던 학생식당은 차려진 메뉴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여긴 31가지 아이스크림 가게도 아닌 또 다른 ‘신세계’였습니다.
뷔페인 듯 뷔페아닌 카페테리아 느낌?
오늘의 메뉴야 골라봐~
학생들의 메뉴가 전부 달라요~
해왔던대로 식권발매기를 찾았습니다. 누가봐도 고려대학교 학생이 아닌 눈빛으로 식권발매기를 찾던 저에게 영양사 선생님은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놓여진 메뉴들 중 먹고싶은 메뉴를 쟁반에 담으세요~ 그리고 카운터에서 계산하시면 됩니다”
명문 사학 고려대학교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일까요. 설명이 친절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밥만 매 끼니마다 세가지 종류예요. 잡곡밥, 백미밥은 기본이고 그 외에 덮밥, 비빔밥 등이 메뉴로 나와요~. 기본적인 반찬부터 구이류, 튀김류 등도 다양해서 학생들이 입맛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죠. 메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다른 학교식당들에 비해 같은 메뉴가 나오는 텀이 길어요. 빨라야 두 달 정도 될거예요.”
이런걸 ‘문화충격’이라고 하나요? 먹고싶은걸 골라 먹는 학교 식당이라니…. 줄을 서서 기다리며 둘러보니 각각의 메뉴에 대한 가격이 붙어있었습니다.
객관식 문제에 답을 고르듯 신중히 골랐습니다. 300원짜리 밥, 200원짜리 김치, 200원짜리 국 등등... 신나게 고르다 보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매점 갈 필요가 없어요~ 디저트 느낌 아니까~
바로 선택하라! 디.저.트
요구르트, 푸딩, 커피 등 식후 생각나는 ‘그것’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참 착하기까지한 가격은 감동이었죠.
학생들은 “밥먹고 난 후에 간단한 디저트가 먹고 싶은데 매점까지 다녀오려면 시간도 걸리고 귀찮아요.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디저트까지 한번에 구입할 수 있어서 디저트 코너가 제일 좋아요~” 라고 말했다.
점심가격? 그때 그때 달라요~
쟁반이 부서져라 담은 저의 점심식사를 계산할 시간입니다. 직접 고른 메뉴 하나하나 가격이 더해지면서 점심 가격이 정해집니다. 보통 학생들은 3000원 안에서 배부른 식사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뭐 때문에? 고려대학교 학생식당은 카페테리아식 운영을 하는걸까요?
이유는 ‘대단한 학생들’ 때문입니다. “아침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저녁까지 자리를 지키는 학생들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정해진 식단의 운영방식은 금방 질릴 수 있어요. 그래서 삼시세끼를 학생식당에서 해결하는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라며 영양사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참 매너좋죠?
※ 골라먹는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도 생겼습니다. 확연히 줄어든 잔반은 음식물쓰레기를 최소화해 착한 식당을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착한식당의 모습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길 바랍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