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들 팬에 폭언…과잉대응 vs 정당방위

입력 2015-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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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매니저가 팬들에게 욕설 섞인 고함을 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연예관계자들의 팬에 대한 과잉대응과 정당방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엑소 이어 레드벨벳 매니저도 폭언·폭행
비난 쇄도 속 “매니저 인내 한계” 동정도
강태규 평론가 “팬들 미성년자 신중해야”

걸그룹 레드벨벳의 매니저가 팬들에게 욕설 섞인 고함을 치는 영상이 공개되는 등 잇단 연예관계자들의 팬에 대한 폭언과 폭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과잉대응과 정당방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레드벨벳의 한 매니저가 팬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장면이 유포됐다. 앞서 엑소의 매니저는 공항에서 그룹 멤버들을 촬영하던 한 팬의 머리를 가격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매니저의 폭력과 폭언 행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예계 일각에선 해당 논란의 관계자에 대한 동정의 시선도 제기한다. 일부 매니저들은 “폭행과 폭언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매니저도 멤버들의 안전과 팬들을 통제하는 데 인내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논란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다. 팬들의 지나친 접근으로부터 스타를 보호하려는 관계자들의 무의식적 행위에 대한 경계이자 이른바 극성팬들의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이돌 스타덤이 형성되며 극성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990년대 중후반 매니저들은 아찔한 순간을 수없이 겪어야 했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H.O.T와 젝스키스, 신화 등이 컴백하면 방송사 주변이 마비될 정도로 팬들이 몰린 시기였다. 가수를 보호할 경호원 등은 없었고, 가수의 차량은 팬들에 의해 기울어져 바퀴가 헛돌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로드매니저 출신은 “어쩔 수 없이 혹은 나도 모르게 폭력적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팬들은 마치 좀비처럼 달려들었다”며 당시 경험을 고통으로 기억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요즘, 아이돌 문화는 더욱 성숙해졌다. 팬들은 나름의 질서와 안전의식을 갖게 됐다. 폭력행위에 대한 문제의식도 높아져 기획사들도 매니저를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생팬’이라는, 극단적 형태의 팬덤이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상황. 심지어 일부 연예인은 도청과 몰래카메라의 공포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만큼 매니저의 고통도 크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팬들의 위험한 행동은 자칫 또 다른 과격한 상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부 팬들은 평소 열광하던 스타에 이성을 잃고 주변의 안전을 위한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니저도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 특히 팬들이 미성년자라면 기획사 측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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