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도 복고시대…커브가 다시 춤춘다

입력 2015-05-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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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명품 커브’로 유명한 삼성 윤성환(왼쪽)을 비롯해 주무기 슬라이더에 올해부터 커브 구사 비율을 높인 SK 김광현(가운데), KIA 양현종이 KBO리그에 다시 ‘커브 열풍’을 몰아오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윤성환·김광현·양현종·유희관 등 커브로 시즌 초반 마운드 지배

타고투저 속 투수들이 선택한 ‘생존의 구종’
김광현·양현종·안영명 등 커브 활용후 위력
넥센 이강철 코치 “타자들에게 낯설어 효과”


안영명-윤희상-유희관(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영화 ‘국제시장’이 히트를 치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화제를 모았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복고 열풍을 완성했다. 프로야구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마운드에서 변화구의 원조격인 커브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 커브가 다시 뜬다!

올 시즌 마운드를 휘어잡고 있는 국내투수들은 대부분 커브를 새로운 레퍼토리로 추가하거나 가다듬으면서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커브의 달인’ 윤성환(삼성)을 비롯해 김광현, 윤희상(이상 SK), 양현종(KIA), 안영명(한화), 유희관(두산) 등이 커브를 들고 나와 시즌 초반 맹위를 떨치고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강력한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대표되는 투수들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뒤 커브를 추가했다. 빅리그에서 저평가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선발투수로서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못했다는 평가. 사실 이들은 커브를 던지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한동안 던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시절 대통령배대회 포철공고전에서 8.2이닝 동안 19삼진을 잡아낼 때 커브를 베스트 스터프로 삼았다. 그 커브를 다시 꺼내들면서 12일 현재 5승(1패)으로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양현종도 지난해부터 다시 커브를 가다듬더니 올 시즌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윤희상도 지난해부터 커브를 장착해 올 시즌 벌써 4승(1패)을 거두며 김광현과 쌍두마차로 자리 잡았고, 과거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였던 안영명은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올 시즌 한화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유희관은 10일 잠실 한화전에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두며 다승 공동선두로 도약한 뒤 “커브의 비율(19개)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 커브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변화구는 다양하지 않았다. OB 박철순이 미국에서 배워온 너클볼과 팜볼로 한 시절을 풍미했지만, 커브 아니면 슬라이더 정도만 완벽하게 던지면 특급투수가 되던 시절이었다. 강력한 직구를 던졌던 최동원이 커브, 선동열이 슬라이더로 마운드를 평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한일슈퍼게임을 통해 국내투수들이 포크볼에 눈을 떴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메이저리그의 영향으로 체인지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등 직구처럼 날아오다 살짝 꺾이고 떨어지는 ‘변형 직구’가 각광받았다. 최근 들어 타고투저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자 투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등한시됐던 ‘7080 세대’ 투수들의 필수 레퍼토리인 커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역 시절 잠수함투수로 커브가 주무기였던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는 이런 현상에 대해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구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투수들이 대부분 체인지업, 투심, 커터 등을 던지다보니 타자들이 오히려 커브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커브가 다시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 초반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 커브의 가치가 복구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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