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공간은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곳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질 때 최초에 느꼈던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가기란 쉽지 않는 법이다.

KBS2 새 금요 드라마 '프로듀사'는 15일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미지의 공간을 오픈하는 법을 택했다. 베일에 싸인 예능국과 방송국의 곳곳을 공개하고 여기에 상주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공간이 주는 흥미를 심어줬다.

또한 폐지 위기의 '1박 2일 시즌4'를 이끄는 라준모, 인기 가수에게 쩔쩔 매면서도 후배들 앞에서 품위를 지키려는 탁예진, 어리바리한 신입 PD 백승찬, 안하무인의 인기 가수 신디의 개인적 특성을 한 번에 설명하면서 시청자들이 '프로듀사'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실제 상황인지 드라마인지 알 수 없는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방송국이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분명히 예능의 색채를 지닌 드라마임은 보여주는 지점이었다.

그럼에도 '프로듀사'는 안타깝게도 기대 이하의 작품이었다. 예능국이 오랫동안 쌓아온 재기발랄함은 곳곳에 드러났지만 드라마국이 축적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파워가 부족했다. 물론 첫 회에 배경과 인물을 한 번에 설명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으나 다소 산만함을 느끼게 만든 연출은 보완해야 할 지점이다.

특히 흥미는 유도했지만 웃어야 할 지점과 공감해야 할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프로듀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시청자들은 '프로듀사' 캐스팅과 기획 의도가 발표되자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를 보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는 예능에게 바라는 '웃겨줄 것'이라는 의미와 동일하다. 그래서 반드시 안타깝게도 터질 듯 터지지 않은 웃음 포인트는 개선되어야 한다.

이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부분도 쉽지 않은 과제다. 앞서 차태현은 제작 발표회 당시 취재진들과 만나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재밌어 할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공감을 해줄지가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차태현이 걱정한 부분은 미지의 공간을 간접 체험한 시청자들이 여기에서 마련한 잔치 음식에도 만족할지를 우려한 것이다.

이런 우려를 씻어낼 방법은 결국엔 스토리다. 첫 회에서 이미 모든 설명을 끝마쳤으니 이제는 스토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첫 회는 다소 지루했지만 새로운 여행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 가이드 북을 살펴본 정도라고 생각하면 참을 만 하다. '프로듀사'는 과연 에피타이저에 갸우뚱 한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메인디시를 내놓을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KBS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