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반란 김민길 “대상경기 우승 꿈”

입력 2015-05-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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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정 그랑프리포인트쟁탈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민길. 김민길은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며 ‘무명 반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민길은 “올해엔 꼭 대상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 1착’ 김민길

누적성적 13위 불구 결승 행운…우승 드라마
“가족들에게 늘 미안…이젠 자랑스러운 아빠
그랑프리 예선 출전해서 실력으로 기대 보답”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김민길(36·8기)이었다. 김민길은 14일 경정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 결승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며 미사리 경정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올 시즌부터 도입된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에서 최대 이변이다. 생애 첫 우승의 영광을 안은 김민길 선수를 만났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무명의 반란’이라고 경정계에서 난리인데.

“이제 7년차인데 처음 우승이라서 얼떨떨하다. 큰 경기였지만 긴장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던 게 1착의 요인인 것 같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훈련하는 자세로 뛰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우승한 뒤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났는가.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아내도 생각났고 아들도 머리 속을 스쳐갔다. 스승님도 생각나고 동기의 얼굴도 떠오르고. 그래도 형이 많이 생각났다. 힘들 때 위로해주고 많은 지원을 해 주었다.”

사실 김민길의 우승은 하늘의 도움이 절반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회는 4월 누적 성적 상위 12명에게만 출전권이 부여됐다. 13위였던 김민길은 진출 자격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신동길(37·4기)이 지난 경주에서 진로방해로 제재를 받고 출전자격을 박탈당해 가까스로 진출했다. 김민길은 준결승 1차전에서 빠른 스타트와 1턴 마크에서 휘감아 찌르기로 1위를 마크했다. 이어 열린 결승전에서 16승으로 다승선두이자 올 시즌 랭킹 1위인 김효년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유독 8기들이 큰 대회 1착과 인연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 우리 8기들만 대상에서 아직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스승님이신 최동훈 선생님께 면목이 없었다. 이번에 우승해서 낯이 섰다. 동기들도 많이 축하해 줬다. 이제 8기들의 운이 피는 것 같다.”


-대회가 없는 때는 집에서 뭐하고 지내나. 곧 결혼식 올린다고 하던데.

“훈련이 없는 날엔 그냥 집에서 쉰다. 그렇지만 늘 훈련의 연속이다. 결혼? 하하. 가정은 꾸렸지만 아직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지 못했다. 내년 쯤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아내와 아들한테는 제 경기를 보지 못하게 한다. 성적도 그렇고 해서.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이젠 아내한테도, 아들한테도 자랑스러운 아빠로 기억될 것 같다.”

김민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미사리 경정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그랑프리 포인트 역시 90점을 획득하며 단숨에 포인트 랭킹 3위로 뛰어올랐다. 경정계에서는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 첫 번째 대회에서 무명의 김민길이 우승하며 경정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며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물론 대상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 욕심 부리지 않겠다. 그랑프리 포인트를 쌓았으니 올해의 목표는 그랑프리 예선에 뛰는 것이다. 실력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열심히 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

김민길의 눈은 연말 그랑프리를 향해 있었다. 다음달 11,12일에 열리는 2차 그랑프리 포인트 쟁탈전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어 이번 우승이 ‘우연’이 아닌 실력임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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