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여기는 칸] 배성우, 알고보면 ‘칸 진출배우’ 제조기

입력 2015-05-20 0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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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오피스’의 배우 배성우가 19일 오전7시30분(한국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레드카펫은 걸으라고 있잖아요. 계속 손을 흔들라고 하더라고요. 힘들었어요. 하하!”

배우 배성우(43)가 처음 밟은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으로 받은 느낌은 ‘감격’보다 ‘부담’에 가까웠다. 그가 밟은 레드카펫은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이었다. 걷는 도중 양 쪽에 늘어선 카메라 기자들은 서로 자신의 카메라를 봐 달라고 소리치며 배우의 발을 붙잡는다.

“레드카펫의 본질은 걷는 거잖나.(웃음) 그런데 선 채로 사진 찍으려니까 정말 어색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나는 유럽에도 처음 와 본다.”

주연한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제작 영화사꽃)가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칸을 찾은 배성우를 19일 밤 11시(한국시간) 만났다. 전날 열린 ‘오피스’ 공식 상영의 여운이 아직 남은 듯 “엄청나게 큰 극장 규모와 관객의 기립 박수에 압도당했다”고 놀라워했다.

‘오피스’ 상영 도중 객석 곳곳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1, 2층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기립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처음 그 현장을 경험한 배성우는 “큰 극장, 그 스크린의 선명한 화질에 내 모공까지 보여 깜짝 놀랐다”며 “‘오피스’는 스릴러와 호러가 섞인 장르영화인데 이 곳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긴장됐다”고도 했다.

그의 설명처럼 ‘오피스’는 호러와 스릴러가 접목된 장르다. 가족을 살해한 주인공과 그 회사 동료들이 함께 겪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직위에 따른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사무실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한 이들이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배성우는 주인공 김병국 과장 역을 맡고 또 다른 주인공 고아성과 호흡을 맞췄다.

“칸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보다 8월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면 우리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더 궁금하다”는 그는 “관객이 영화를 보며 마음 아파하길 바라고, 또 많이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오피스’의 배우 고아성, 배성우, 홍원찬 감독이 19일 오전7시30분(한국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비록 이번 방문이 처음이지만 배성우는 칸 국제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한 ‘여배우들’과의 인연이다.

실제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한 한국영화 4편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배성우와 최근 영화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전도연은 이번 영화제에 온 ‘무뢰한’ 직전에 개봉한 ‘집으로 가는 길’에서 배성우로부터 괴롬힘을 당했다. ‘차이나타운’의 김고은 역시 앞선 영화 ‘몬스터’에서 배성우와 만나 갈등을 빚는 관계를 연기했다.

‘마돈나’로 이번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한 서영희와는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함께 했다. 물론 ‘오피스’의 고아성도 있다. 이쯤 되면 배성우에게 ‘칸 제조기’라는 별명을 붙이는 일도 어색하지 않다.

이 같은 이색적인 상황을 소개한 그는 “영화에서 나와 만나, 내가 괴롭히는 여배우들은 꼭 칸에 온다”면서 그 사실이 상당히 흥미로운 듯 크게 소리 내 웃었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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