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사령탑 취임 첫 해 이제 시즌의 25%를 소화했는데요. 20일까지 KIA는 30차례의 엔트리 교체를 단행했습니다. KBO에는 메이저리그처럼 40인 로스터 개념이 명시돼있지 않지만, 감독들은 긴 시즌에 기용할 가상의 40인 로스터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현 시점에 이미 40인 로스터를 풀가동한 셈입니다. “트레이드로 새로 영입한 선수가 있어 KIA 1군에서 뛰어본 선수가 40명을 넘게 됐다”고 말합니다. 대개 엔트리 교체가 빈번하다는 것은 그 팀에 부상, 부진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KIA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5할 안팎에서 버티는 현재 성적은 예상을 웃도는 것입니다. ‘KIA병’이라고 불러도 될 ‘주전이 빠지면 답이 없는 팀’이라는 증상에 면역력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김 감독의 로스터 운용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약한 조직에서 곧잘 발생하는 발상을 뿌리 채 흔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김 감독이 이런 ‘주전 파괴’를 감행하는데도 조직 내 반발이 적은 현실입니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점진적 개혁을 해내고 있는 셈인데요. 기회균등이라는 김 감독의 공평성과 선수를 2군으로 내려도, 보직을 바꿔도 예우해주려는 배려심이 선수들에게 전달돼서겠죠. 비판적인 사람들은 “김기태식 리더십은 단기간에는 구성원의 지지를 얻어도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권력을 집중시켜 선수들을 휘어잡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분할해 선수들을 매료시켜서 끌고 가는 리더십이기 때문입니다. LG에서 석연찮은 퇴장 이후 KIA에서 김기태 리더십은 호환성을 입증했습니다. KIA에서 리빌딩의 초석을 성공적으로 다지고 있지만, 진짜 평가는 임기 마지막 시즌(2017년)에 나올 것입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