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래 장인’ 이승철의 손길 담아낸 ‘시간 참 빠르다’

입력 2015-05-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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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사진|진엔원뮤직웍스

‘노래 장인’ 이승철이 정규 12집 ‘시간 참 빠르다’로 돌아왔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이승철은 그야말로 ‘장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가수로, 이는 단순히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왔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승철은 창법부터 연주, 작사, 작곡, 편곡, 믹싱 등 하나의 트랙을 만들어내기 위해 앨범제작의 모든 부분에 정성을 쏟는 가수로, 이번 정규 12집 ‘시간 참 빠르다’ 역시 그런 고집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에 이승철은 “30주년 앨범에 대해 힘을 많이 줬다”라고 강조했고, 청담동의 한 청음실에서 언론에 공개한 그 결과물은 충분히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만한 것이었다.

인트로를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된 이승철의 정규 12집 ‘시간 참 빠르다’는 기존의 이승철의 작업 방식과 마찬가지로 유명 작곡가의 곡과 신인 작곡가의 곡이 골고루 섞여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 앨범은 이승철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곡의 편곡에 직접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으로, 이승철은 “30주년만큼은 내손으로 하고 싶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밴드 피아니스트 박지운 씨와 한께 전곡을 직접 편곡했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공을 들인 이번 앨범에는 ‘이승철 같기도, 이승철 같지 않기도 한’ 음악들이 가득 차 있다.

밴드 보컬 출신이지만 특유의 깨끗한 미성과 고음으로 인해 아름다운 발라드 음악이 더욱 많은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는 이승철 이지만 이번 앨범에는 소울, 스탠다드 팝, 록, 라틴, 발라드, 제 3세계까지 다채로운 장르가 수록됐다.

특히 가장 귀를 사로잡는 건 앨범 전반에 이전보다 미세하게 허스키해진 이승철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승철은 “여기 참여한 다섯 명의 작곡가도 아직 이 앨범을 못 들었다. 편곡이 어떻게 편곡이 나온 지도 모른다”라며 “내가 원래 곡을 받고 내가 편곡하고 프로듀싱하고 작업방식이 그런다. 또 왼쪽은 가이드를 듣고 오른쪽은 내 노래들으면서 녹음을 한다. 그럼 그동안의 이승철의 진부함이 아니라 신인 작곡가의 창법을 따라해 새로운 느낌이 나온다. 오히려 이승철 느낌을 최대한 없애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철, 사진|진엔원뮤직웍스


이어 “일부러 그런 (거친)소리를 낸 게 많다. 이번 앨범은 깨끗하고 테크니컬한 느낌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했다”며 “녹음 전 가이드 보컬에서 받은 좋은 느낌은 다 그대로 살려서 노래했다. 기술적으로 꾸미기보다는 30년의 가수의 목소리를 담는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앨범이 좀 거칠고 러프한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가 솔로 싱어보단 밴드의 느낌이 많이 풍기는 것에 대해서도 “(편곡 과정에서)전곡을 가사와 멜로디만 제외하고 다 바꾸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로 ‘시간 참 빠르다’는 느린 발라드인데 리드미컬하게 바꾸었다. 기타 리프는 그룹출신들이 많이 쓰는 리프다. 그룹 냄새가 나는, 발라드보단 팀워크가 느껴지게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밴드를 많이 활용했다”라고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 구성을 밝혔다.

이승철이 꾸준히 추구해온 신인 작곡가의 발굴 역시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이번 앨범에는 ‘마더’를 작곡한 김유신과 ‘시련이 와도’를 작곡한 한수지, ‘비오는 거리에서’와 ‘그리움만 쌓이네’, ‘시간 참 빠르다’에 참여한 4번 타자 등 3명의 작곡가와 새롭게 호흡을 맞췄다.

이승철은 “‘마더’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받은 곡중에 하난데 뉴욕에서 김유신이라는 작곡가가 보내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노래가)너무나도 공감이 됐다.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여자의 일생을 그린 가사가 너무 맘에 들었다”라며 “26일 쇼케이스의 제목도 ‘디어마더’다. 너무 가슴에 남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수지가 작곡한 ‘시련이 와도’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이승철 답지 않은 노래라고 할 정도로 기존 이승철 음악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CCM장르이지만 처절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으로 이승철은 “반성과 후회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가야한다는 생각에 12집 앨범의 1번곡으로 ‘시련이 와도’를 선택했다”며 “노래할 때 간절함이 필요해 일부러 목소리가 가장 안 좋을 때 했다. 거칠고 가래 낀 목소리가 들려도 일부러 간절하게 들리게 그대로 녹음했다”라고 밝혀 또 다른 이승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이승철 표 발라드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한 ‘비 오는 거리’나 드라마 OST롤 먼저 공개된 ‘달링’의 오리지널 버전, 팝 버전과 어쿠스틱버전으로 수록된 ‘사랑한다구요’, 화려한 뮤지컬적인 요소가 삽입된 ‘한번 더 안녕’, 미디엄 팝 넘버 ‘그리움만 쌓이네’ 그리고 이번 앨범의타이틀곡이자 지금 이승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시간 참 빠르다’ 까지 어느 곡 한곡 빼놓기 힘들 정도로 이승철이란 가수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 이번 앨범에 빼곡히 담겼다.

이번 12집이 ‘정규앨범’이라는 형태로 나오는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이승철은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계속 정규앨범을 낼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며 “사실 앨범 하나에 모든 감성을 담아서 내는 건 지금 음악 시장에서 듣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 모두 부담이 있다. 앞으로 정규앨범보다 시즌 앨범을 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계절별로 시기에 맞는 3~4곡씩을 발표하고 마지막에 이를 합쳐 앨범이 되는 그런 방식을 생각해봤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에필로그에 ‘감성으로 음악을 듣는 마지막 사람들에게 이 앨범을 바친다’고 적은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덧붙여 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에 담긴 감성을 함께 들어주기를 당부했다.

이승철, 사진|진엔원뮤직웍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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