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타자 잡는 잠수함의 진실

입력 2015-05-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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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나바로(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외국인타자는 언더핸드에 약하다?

브라운, 초반 고전 딛고 상대 타율 3할 육박
나바로도 올 시즌 타율 0.316…면역력 생겨
필·테임즈, 2할대 약세…생소함 극복 과제

4월 26일 대전에서 열린 SK-한화전. 4-3으로 1점 앞서던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은 2.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던 좌완 박정진을 내리고, 정대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SK 외국인 4번타자 앤드류 브라운이 타석에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브라운이 옆구리 투수에 약하다. 시범경기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그 시점까지 우타자 브라운의 언더핸드투수 상대 성적은 11타수 1안타(타율 0.091)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브라운이 좌투수(타율 0.188)를 잘 공략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김 감독은 확률이 더 높은 잠수함투수 정대훈에게 베팅했다. 그런데 결과는 홈런이었다. 4-4 동점이 됐고, 정대훈은 다시 좌완 권혁으로 교체됐다. 한화가 8회말 1점을 내 5-4로 이겼지만, 이후 브라운을 상대로 잠수함 투수의 표적 등판은 사라졌다.


● 외국인타자는 잠수함에 약한가?

25일까지 브라운은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타율을 0.286까지 올렸다. 좌투수 상대로는 0.333이다. 표본이 쌓이면서 자기 데이터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브라운은 특별히 잠수함투수에 약한 타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의 케이스는 더 극적인데, 올 시즌 잠수함투수에게 타율 0.316으로 강세다. 장타율은 0.842에 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나바로의 잠수함투수 상대 타율은 0.183이라는 점이다. 우투수(0.316), 좌투수(0.346)에 비교해도 훨씬 약했다. 나바로가 잠수함투수에 대해 ‘면역력’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잘 치는 타자는 낯선 유형의 투수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에는 극복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재확인된다.


● 그래도 잠수함의 유혹은 살아있다!

KIA 브렛 필은 ‘만점 용병’이라는 찬사를 듣지만 언더핸드 상대 타율은 0.227에 불과하다. 홈런은 1개도 없고, 출루율도 0.250으로 낮다. 필은 우투수 상대로는 타율 0.305, 좌투수 상대로는 타율 0.435의 가공할 성적을 내고 있다. 필의 스윙 메커니즘이 안에서 바깥으로 휘어나가는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외부 평가와 일치하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최강 용병’으로 꼽히는 NC 에릭 테임즈는 좌타자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음에도 지난해 상대적으로 언더핸드 상대 성적이 가장 안 좋았다. 올해도 좌투수, 우투수를 맹폭하고 있는 반면 언더핸드 투수를 만나서는 2할대 타율(0.286)로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코 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언더핸드의 생소함에 조금은 곤란을 겪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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