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얼룩진 FIFA…그래도 블래터?

입력 2015-05-2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美, FIFA 부정부패 수사 본격화

제프리 웹 부회장 등 고위직 7명 체포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서 비리 의혹
블래터 회장은 일단 수사 대상서 제외

국제축구연맹(FIFA)은 세계 최고의 국제 스포츠 기구다.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이 기구의 수장은 지구촌 곳곳에서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못지않은 후한 대접을 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FIFA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제프 블래터(79·스위스) 회장으로 5선 임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29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릴 제65회 FIFA 총회에서 치러진다. 1998년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해온 블래터 회장에 맞서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FIFA 부회장이 대항마로 나섰지만, 국제 축구계는 블래터 회장의 재선을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다.


● 부패 수사 직격탄 맞은 FIFA

그런데 엄청난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검찰이 스위스 검찰과의 공조로 27일 제프리 웹(케이먼군도)과 에우헤니오 피게레(우루과이) 부회장, 잭 워너(트리니다드토바고) 전 부회장 등 FIFA 고위직 7명을 체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혐의는 뇌물 수수와 공갈·협박, 온라인 금융사기, 탈세 등 아주 다양하다. 이와 동시에 미 법무부도 기소대상 14명(FIFA 고위직 9명·남미 스포츠마케팅업체 간부 4명·뇌물 브로커 1명)의 명단을 공개했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마이애미의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기소된 FIFA 임원 다수가 CONCACAF 소속으로, 미국 역시 회원국이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2018년(러시아)·2022년(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과 이전 대회 마케팅·중계권 협상을 둘러싼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극비리에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처럼 FIFA에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것은 뇌물이 오간 장소와 검은 돈이 거래된 은행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FIFA와 국제 스포츠마케팅 회사가 주고받았다는 뇌물 및 리베이트의 규모로, 이미 거래가 이뤄졌거나 향후 오갈 금액이 1억5000만달러(약 16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워너 전 부회장은 2010남아공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1000만달러(약 110억원)의 뇌물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이 축구계에 간섭할 권한은 없다”는 일부 국제사회의 비난도 있지만, 미국의 수사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FIFA 임원들은 지위를 이용해 각종 국제대회 때마다 뇌물을 요구했다”며 “뿌리 깊은 부패 사슬을 끊고 범법자들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 수사의 종착지는 어디?

블래터 회장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미 법무부도, FBI도 “블래터 회장을 당장 기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블래터 회장도 28일 성명을 내고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축구에 부정부패가 설 자리는 없다. 비리를 없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더욱이 기소된 간부들은 블래터 회장의 핵심 측근들이다. 수사가 진행되고, 길어질수록 칼끝은 결국 온갖 부정부패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블래터 회장을 향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FIFA는 블래터 회장 체제를 기점으로 국제대회를 통한 스폰서, 마케팅 수익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유례없이 엄청난 돈 잔치를 벌였고, 당연히 블래터 회장도 비리·특혜 의혹을 받았다. 남미와 함께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FIFA의 과감한 개혁을 촉구하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