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사이버가수’ 아담, 정식 데뷔

입력 2015-06-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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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6월 10일

이나영과 결혼한 톱스타 원빈이 연일 화제다. 9일 온라인상에서는 원빈이 사이버가수 아담의 실제 모델이라는 제목 아래 아담의 사진과 과거 원빈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이 나돌아 시선을 모았다.

1998년 오늘, 사이버 가수 아담이 2월 발라드곡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정식 데뷔한 뒤 음반 및 캐릭터 사업으로 5억여원의 매출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명 작곡가 이경섭과 작사가 강은경이 만든 ‘세상엔 없는 사랑’ 등 11곡이 담긴 첫 앨범은 무려 2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문구와 신발, 가방 등 관련 캐릭터 상품 매출액도 상당했다. 또 각종 CF에도 등장했다. 1998년 3월엔 카이스트가 명예학생으로 그를 입학시키려다 “입학 전형을 거치지 않았다”는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뒤이어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그 개선 작업을 벌이기 위해 활동을 중단해 “컴퓨터 바이러스로 사망했다”는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만큼 아담은 여느 가수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렸다.

20세의 나이에 178cm, 68kg으로 훤칠한 몸매를 지닌 아담은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는 사이버세계 에덴(EDEN, 이스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의 금기를 어긴 죄로 소멸될 뻔했지만 가까스로 인간이 사는 현실세계로 탈출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인간이 될 수 없는 슬픈 운명”은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게 했다.(이상 1998년 1월20일자 동아일보)

사실 아담은 IT업체 아담소프트가 개발한 일종의 사이버 캐릭터.(물론 앞선 매출 발표 역시 다암소프트가 했다) 각각 알려지지 않은 두 명의 남녀가수가 그 목소리를 대신했다. 이미 일본의 교코 다테 등 해외 사이버가수에 이어 가상의 현실에 등장한 또 한 명의 가수였다. 이어 여가수 류시아와 사이다, 사이버대학생 라이언, 사이버작가 새파란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 아래 지속적인 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이들 가상현실 속 ‘인간’들은 사라져가고 말았다. 인터넷 등 IT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에도 힘에 부쳤다.

아담은 IMF체제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던 IT산업과 그 기술적 발전의 성과. 노래는 인간의 감성을 울렸다. 또렷한 이목구비 속 우수에 젖은 표정은 젊은이들의 시선에 새로운 인간형으로 비쳤을까. 힘겨운 현실에서 벗어나려 한 이들에게 이 가상현실의 주인공은 어쩌면 그 충분한 역할을 다한 것인지 모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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