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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팀은 평생 야구만 해온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레너드 코페트가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성찰했듯 선수들은 은근히 감독의 ‘야구내공’을 시험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우리 감독은 야구를 몰라’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바보로 만드는 것도 선수고, 아무리 평범한 감독이라도 승자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선수’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뻔한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감독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강팀이라는 얘기다. 전력 이상의 결집력으로 버티는 팀이 지금 KIA다.
#2009년 이후 6시즌 중 5번 꼴찌를 했던 한화도 뭉쳐야 할 절실함이 가득한 팀이었다. 야구인생에서 한번은 영광의 순간을 겪고 싶을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을 만나서 이기는 재미를 알아가며 치열한 야구를 감당하고 있을 터다. KIA, 한화와 대비되는 팀이 SK, LG다. SK는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LG는 최근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실적을 선수들이 경험했는데, 이것이 ‘감독의 야구’와 ‘선수의 야구’ 사이에 괴리를 만드는 독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준비한 시즌 플랜, 팀 플랜이 깨진 것은 분명 감독의 잘못이다. 그러나 오류는 어느 팀에나 있고, 전략적 오판을 견뎌낼 수 있는 ‘면역력’이 팀의 저력인데, 현재의 SK와 LG에는 무기력증만 감돌 뿐 돌파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승리와 패배를 결정짓는 것은 (이름값이나 과거 전적이 아니라) 지금 어느 팀이 이기려는 의지가 더 강한지에 달렸다.” 히로오카의 말이다. 아직 6월,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