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작년 한화를 끝으로 그라운드 떠난 김응룡
“별들의 잔치서 은퇴식 함께 열자” 의기투합
10개팀 감독들 1000만원 모아 선물도 준비
1982년 출범 이후 34년 역사를 지닌 KBO는 물론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흔치 않은 명장면이 탄생한다. 올스타전에서 ‘감독 은퇴식’이 연출된다.
최근 KBO 10개 구단 감독들은 2014시즌을 끝으로 한화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응룡(74) 전 감독에게 뜻 깊은 선물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그 무대는 7월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큰 축제에 어울리는, 따뜻하면서도 의미가 큰 은퇴식이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28일 “10개 구단 감독들이 시즌 초 감독자회의에서부터 논의했고, 그 취지를 KBO에 이미 설명해 세부 프로그램이 논의되고 있다. 감독들은 그라운드와 작별한 야구계의 큰 어른에 대한 예우를 위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은퇴식 형식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10개 팀 감독들이 함께 1000만원을 모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스타전 때 전달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세부 행사 계획이 논의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식과 같은 무대가 준비되기에 이르렀다. 역대 최다인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그리고 역시 역대 최다인 1567승을 거둔 사령탑에게 어울리는 화려한 은퇴식이다. 지금까지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이 열린 것은 지난해 박찬호가 유일했다.
한 팀에서 큰 업적을 남긴 선수의 은퇴식은 당사자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영광이다. 팬들에게도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추억을 가슴에 남길 수 있는 소중한 작별의 시간이다. 그러나 감독의 경우 은퇴식이라는 상징적 행사가 후임 사령탑에게 큰 부담을 남길 수 있는 등 여러 현실적 문제 때문에 아직 그 누구도 그 같은 영광을 얻지 못했다.
이제 70대 중반인 김 전 감독은 지난해를 끝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한국야구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이 너무도 조용히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각 팀 감독들이 자연스럽게 뜻을 모았다.
주목할 점은 현재 10명의 사령탑 중에는 김 전 감독과 함께 해태에서 전성기를 보낸 제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 류중일, kt 조범현 감독이 삼성 시절 코치로 우승을 함께 했고 KIA 김기태 감독이 현역 시절 삼성에서 감독과 선수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정도가 전부다. ‘해태 왕조’에서의 인연은 없지만 10명의 현역 감독들이 김 전 감독과 야구팬들을 위해 마음을 모은 큰 선물이 올해 올스타전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