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로젠탈 킬러’ 강정호, 끝내기 득점으로 전반기 피날레

입력 2015-07-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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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강정호 ML 전반기 결산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인 강정호(28·피츠버그)의 전반기는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초반에는 주전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했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공수 양면에서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타율 0.268, 4홈런, 29타점, 27득점, 5도루의 호성적을 거뒀고, 수비에서도 3루수와 유격수로 나서며 7개의 실책만을 범해 합격점을 받았다. ‘해적선의 복덩이’로 떠올라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로젠탈 상대로 4타수 3안타 1홈런 ‘강속구 킬러’
전반기 타율 0.268·4홈런…내야수비도 합격점
살아남는 법 스스로 터득…실력으로 ML 연착륙

● 강속구 마무리투수 킬러


강정호는 13일(한국시간) 지구 라이벌 세인트루이스와의 홈경기에서 4-5로 뒤진 연장 10회말 2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 순간 시속 99마일(159km)의 강속구가 주무기인 상대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은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전날 경기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강정호에게 3루타를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한 뒤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로젠탈은 5월 4일 경기에서도 강정호에게 솔로홈런을 내주고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떠안았었다. 자신에게 2차례나 블론 세이브를 안긴 당사자가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이날도 볼카운트 1B-1S서 로젠탈의 강속구를 중전안타로 연결하며 대역전극의 디딤돌을 놓았다. 프란시스코 서벨리의 동점타에 이어 그레고리 폴랑코의 끝내기안타 때 강정호가 홈을 밟아 피츠버그는 이틀 연속 연장 접전 끝에 6-5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강정호는 올 시즌 최고 마무리 로젠탈을 상대로 4타수 3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강속구 투수로 불리는 아롤디스 차프만(신시내티)을 상대로도 100마일(161km)이 넘는 투구를 공략해 2루타를 뽑아낸 바 있다.

피츠버그 그레고리 폴랑코(25번)가 13일(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홈경기 연장 10회말 2사 만루서 끝내기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강정호는 결승득점을 올렸다. 피츠버그가 이틀 연속 연속 6-5로 이겼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실력으로 잡은 기회

13일 이 경기를 미국 전역에 중계한 ESPN의 해설자 존 크룩은 “강정호는 방망이 실력이 뛰어난 것만 아니라 안정된 수비력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주전 3루수로 활약하던 조시 해리슨이 손가락을 다쳐 부상자명단에 올랐지만, 강정호가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는 평가였다.

2루수 닐 워커, 유격수 조디 머서, 3루수 해리슨으로 이어지는 피츠버그 내야진은 빅리그에서도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어 개막 직후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는 듯했다. 4월에 강정호가 결장한 경기는 9차례나 됐다. 그러나 5월 5차례로 줄더니, 6월과 7월에는 각각 한 차례씩으로 급감했다. 강정호는 머서 대신 유격수로 16경기에 선발출전했다. 강정호가 주전 3루수로 나선 36경기에선 해리슨과 워커가 번갈아 2루수를 맡았다. 그 배경으로는 강정호의 안정된 타격실력을 꼽을 수 있다. 시즌 초반 머서를 시작으로 해리슨과 워커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타격감을 보이자 강정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출전 기회가 잦아지자 영리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시속 150km대 중후반의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하이 레그킥을 버렸다. 홈런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출루에 초점을 맞추자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5월 들어 타율 0.298, 3홈런, 11타점을 올리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것이 클린트 허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가 시작된 6월에는 타율 0.221, 1홈런, 8타점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7월 들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비록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3루타를 2개나 때리며 타율 0.294로 되살아난 것은 후반기 활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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