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롯데 황재균 “친구 강정호의 ML 활약…또 다른 목표 만들어줬다”

입력 2015-07-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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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탄탄한 몸을 만든 롯데 황재균은 13일 현재 22홈런으로 커리어하이를 거듭하고 있다. 2011년 7월 8일 문학 SK전 이후 532연속경기출장 기록도 이어가는 중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조금씩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는 새 종착지로 메이저리그를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현재 532연속경기 출장…현역 중 최장기록
왼쪽무릎 찢어진 채로 경기도 “영광의 흉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벌크업 “터닝 포인트”
“강정호 활약 자극…ML서 꼭 뛰어보고 싶다”

롯데 황재균(28)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철인’이다. 2011년 7월 8일 문학 SK전을 시작으로 13일 현재 532연속경기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현역선수 중 최장기록이자, 역대 7위에 해당한다.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한다면, 594경기로 역대 5위로 올라서게 된다. 강인한 체력을 자랑하는 그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야구선수로서의 목표와 지금껏 그 목표를 향해 걸어온 과정, 남은 야구인생의 방향성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단 동기이자 친구인 강정호(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의 길을 개척했듯, 황재균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그려온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강렬했다. 즐겁게 웃으면서 야구하고 싶다는
그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 ‘철인’ 황재균을 말하다!



-벌써 532경기째인데, 황재균에게 연속경기출장 기록은 무슨 의미인가?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다. 사실 처음엔 1년 전 경기 출장이 목표였다. 전 경기에 출장할 때도 주위에서 정말 쓸 데 없는 걸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몸이 안 좋을 때나 힘들 때는 쉬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연봉도 많이 받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 오기가 생겼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 생각이다. 연속경기출장 기록에 대한 애착이 많다.”


-연속경기출장으로 ‘철인’이란 말을 들을 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일단 기분이 좋다. 사실 난 체력이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처음엔 주변에서 왜 전 경기 출장을 하려고 하냐는 말을 들었지만, 3년이 넘어가고 500경기가 넘어가니까 조금씩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


-연속경기출장 기록을 이어오는 데 있어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3년 왼쪽 무릎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상처 부위를 꿰매야 하는데, 그러면 경기에 뛸 수 없다고 하더라. 또 그때 팀이 4강에 올라갈지 말지 기로에 서있었다(롯데는 2013년 9월 당시 5위로 4강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그래서 꿰매지 못하고 패드 하나만 붙이고 경기에 나섰는데, 꿰맨 것보다 살이 빨리 차올랐다. 회복력이 남들보다 빠른 건 맞는 것 같다. 흉터는 보기 안좋게 졌지만, 남자가 이 정도 흉터는 뭐 어떤가.(웃음)”


-올해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위기가 있었다. 그땐 어떤 기분이었나?

“그때도 딱 일주일 쉬었다(황재균은 5월 22일 사직 LG전부터 28일 문학 SK전까지 6경기에 대타로 교체출장한 뒤 선발 라인업에 돌아왔다). 중요할 때 나가서 친 적도 있지만, 못 친 적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대타로 나가서 잘 치는 선수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요즘 들어선 대타로 나간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타이밍도 안 맞고 어렵더라.”


-많지 않지만, 연속경기출장 도중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날(2011년 1경기, 2012년 5경기, 2013년 2경기, 2014년 1경기, 2015년 7경기)은 무슨 기분인지 궁금하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면 전체적인 게 보인다. 평소엔 몰랐을 벤치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생각이 좀 많아지더라. 안에서 보면 답답한 부분도 보이고, ‘저 부분은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 ‘내가 나가면 이렇게 해야지’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 올해 일주일 쉴 때도 많이 배웠다.”


-연속경기출장은 철저한 몸 관리가 기본인데, 자신만의 관리 방법이 있나?

“식단 조절 외에 특별히 하는 건 없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아침부터 일어나 움직이는 게 좋다고 본다. 또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를 크게 두지 않는다. 온도가 갑자기 바뀌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다. 집에 있을 때도 에어컨은 잘 안 튼다. 선풍기 정도만 틀고, 잘 때는 옷을 완전히 벗고 잔다. 또 몸에 좋지 않은 건 거의 안 먹는다. 음식이 중요하다. 담배는 피워본 적이 없고, 술도 비시즌에만 아주 가끔 먹지 시즌 때는 안 마신다. 에너지 드링크나 탄산음료도 몸에 좋지 않아 마시지 않는다.”


● 롯데 이적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야구인생의 전환점


-올해 데뷔 후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 중이다. 벌크업도 눈에 띄는데,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파워를 위해 몸을 불렸다. 7kg이 불어 98kg이 됐다. 이전엔 나에게 가장 좋은 몸무게는 88∼90kg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 찌면 둔해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미식축구선수들을 보면 몸이 큰데도 엄청 빠르더라. 야구는 순간 스피드와 파워가 필요한 운동이다. 몸을 불린다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느껴서 벌크업에 도전했다.”


-올해 햄스트링 부상이 있었지만, 20홈런-20도루가 가능한 선수로 꼽히는데(현재 22홈런-9도루) 어떻게 생각하나?

“햄스트링 때문에 주춤했지만, 뛰려면 충분히 뛴다. 도루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도루를 하다 보면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도 있다. 막 뛰는 것보다는 경기 중 도루가 필요하다거나, 한 베이스가 더 필요할 때 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외에 롯데 이적도 야구인생의 전환점이었을 것 같은데, 당시 어떤 기분이었나? 황재균에게 롯데란 무슨 팀인가?

“그땐 아예 생각도 못했다. 훈련을 하고 있는데 기사가 먼저 나왔다고 하더라. 들어가서 보니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었다. 전혀 몰랐다. 당시엔 구단(넥센)에 섭섭했다. ‘이 팀엔 내가 필요 없다’는 걸 느껴서인지, 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독하게 마음먹었다. 지금 보면, 롯데에 온 뒤로 실력도 많이 늘었고 사람들 대하는 것도 많이 배웠다. 인생에 대해서도, 야구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배운 것 같다.”


친구 강정호와 메이저리그, 황재균의 꿈은?

-입단 동기로 넥센에서 경쟁을 펼치던 강정호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을 때 무슨 느낌이었나?

“처음엔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가서 잘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고맙다. 내게 또 다른 목표를 만들어준 것 같다. 최근에도 연락을 자주 하는데 생각날 때마다 모바일 메신저로 장난도 치고 한다. 지금 (강)정호가 하는 걸 보면, 내년이나 내후년엔 더 잘할 것 같다.”


-강정호는 물론, 외국인선수들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다.

“외국인선수들과 친해서 많은 대화를 한다. 평소에 미국야구와 한국야구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서로 많이 배운다. 외국인선수들에게 들은 얘기 중 신인들에게 이상한 옷을 입히고 재밌는 이벤트를 하는 ‘루키 헤이징 데이’는 정말 재밌을 것 같더라. 아, 그리고 미국선수들과 우리는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른 것 같다. 미국에선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즐겁게 야구를 한다. 나도 야구는 즐겁게 웃으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직업으로 갖는 게 제일 행복한 것 아닌가. 난 어릴 때부터 운동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행복하다.(웃음)”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있나? 야구선수로서 꿈이 있다면?

“기회가 되면 가고 싶다. 야구선수로서 한 번쯤 뛰어보고 싶은 곳 아닌가. 내가 더 실력을 높여야 갈 수 있으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노력할 뿐이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대타든 대주자든 대수비든 좋으니, 딱 한 경기만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학생 때의 막연한 꿈이었지만, 1년 1년 야구할수록 왠지 모르게 내가 야구를 좀더 잘하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물론 내 실력이 올라가야 가까워질 것이다. 지금 위치에 만족해선 안 된다. 오늘은 다른 걸 발전시켜야 하고, 내년엔 또 다른 걸 발전시켜야 한다. 또 어디에 있든 재밌고 즐거운 야구를 하는 게 내 모토다. 그리고 마흔 살이 되면, 시즌이 끝나고 기분좋게 은퇴하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롯데 황재균. 스포츠동아DB



롯데 황재균은?



▲생년월일=1987년 7월 28일
▲출신교=사당초∼이수중∼경기고
▲키·몸무게=183cm·98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6년 현대 입단(2006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
▲프로 경력=현대(2006년)∼히어로즈(2008년)∼롯데(2010년)
▲2015년 연봉=3억1000만원
▲2015시즌
성적=82경기 310타수 96안타(타율 0.310) 22홈런 63타점 59득점


사직 | 이명노 기자 nirvna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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