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 156전157기 끝에 감격의 첫 우승 “아버지께 감사”

입력 2015-07-20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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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이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나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마라톤클래식에서 데뷔 7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쉬 대회 관계자로부터 상금이 적힌 머니보드를 수여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볼빅

최운정(25·볼빅)이 7년 동안 기다려온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우승상금 22만5000달러)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장하나(23·비씨카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우승했다.

극적인 승부였다. 선두 장하나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최운정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골라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전에서는 침착하게 파를 잡아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최운정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 세이브가 좋았다. 티샷을 왼쪽으로 당겨 치는 실수가 있었고 그 때문에 레이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3번 우드로 그린 앞 90야드 지점으로 보내놨고 4번째 샷으로 홀 4야드 지점에 붙였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극적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연장전에서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한 최운정은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낼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처음부터 높은 벽을 실감했다. 퓨처스(2부)투어에서 1년 동안 뛴 최운정은 2008년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1타가 모자라 공동 20위까지 주어지는 풀시드를 받지 못했다. 실망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20위 이내에 들었던 선수 중 2명이 시드를 반납하는 바람에 플레이오프의 기회가 찾아왔다. 차를 돌려 다시 골프장으로 온 그는 4명이 치른 연장전 끝에 풀시드를 받는 데 성공했다. 최운정의 LPGA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벽은 높았다.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하는 등 고전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우승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6년 동안이나 그를 외면했다. 156경기를 치르는 동안 2012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2013년 미즈노클래식과 2014년 호주여자오픈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지난 시즌에는 상금랭킹 10위를 기록하며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시즌이 끝난 뒤에는 동료들이 선정한 ‘모범선수상’인 ‘윌리엄 앤 마우시 파웰상’을 받았다.

최운정의 부친 최지연 씨는 경찰관이었다. 동료들이 부모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으며 생활했지만, 그에겐 부럽기만 한 일이었다. 대회가 끝나면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집에 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부친 최 씨는 딸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경찰관을 그만두고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20년 넘게 해온 경찰관을 그만두고 딸의 성공만을 위해 새 인생을 시작했다.
156전 157기 끝에 첫 우승에 성공한 최운정은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 첫 우승하면 캐디를 해온 아버지와 결별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는 “미국 진출 9년, LPGA 진출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믿을 수 없고, 드디어 해냈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면서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린다. 오늘도 아버지가 곁에 있어서 큰 힘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좋은 캐디와 함께 하면서 우승했던 것처럼 아버지도 캐디로서 큰 힘을 주셨다. 실제로 다른 선수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능력도 있다. 하지만 나의 부족으로 우승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캐디를 해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우승으로 그런 말을 듣지 않게 돼 너무 기쁘다.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최운정은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

“목표였던 첫 우승을 거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두 번째 우승을 하고 싶다. 더불어 올 시즌이 끝날 때는 작년(상금랭킹 10위)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최운정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올 시즌 11승을 합작하며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한 시즌 최다승 타이를 이뤘다.

한편 리디아 고(18)는 1타 뒤진 13언더파 271타를 쳐 평샨샨(중국)과 공동 3위에 올랐고, 김효주(20·롯데)와 백규정(20·CJ오쇼핑)은 공동 5위(11언더파 273타), 박인비(27·KB금융그룹)은 공동 8위(10언더파 274타)로 대회를 마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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