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강제징용 애니 ‘김의 십자가’ 시사회

입력 2015-07-21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1990년 7월 21일

최근 일본의 근대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중에는 조선인들이 일제에 의해 끌려가 고통스런 강제노동에 시달린 하시마 탄광, 일명 군함도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에 관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다. 20일에는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머티리얼이 과거 강제징용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한국 등을 빼고 미군 포로들만 언급해 비판을 받고 있다.

1990년 오늘, 조선인 강제징용의 아픔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 현지에서 시사회를 통해 선보였다. 와다 노보루의 동명 원작동화를 야마다 노리코 감독이 극화한 ‘김(金)의 십자가’(사진)였다. 28일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된 작품은 참혹한 강제노역에 시달린 순박한 조선인 형제의 아픔과 비극적 삶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김의 십자가’는 일명 ‘마쓰시로 대본영’을 배경으로 한다. ‘제2 대본영’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곳은 1944년 일본이 국왕의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전시 최고사령부인 대본영을 설치하기 위해 나가노시의 마쓰시로에 건설한 비밀기지다. 패망을 앞둔 일본이 이른바 ‘본토결전의 태세’를 내세워 무려 7000여명의 조선인 노동자를 끌고 와 강제노역을 시킨, 역사의 비극적 공간이다. 이 가운데 1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4월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한 이 곳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은 “240개 막사에서 20∼30명씩 갇힌 채 노예처럼 혹사당했다. 하루 12시간씩 맨발과 맨손으로 다이너마이트 폭파 등 가장 위험한 작업에 투입됐다”.(1990년 4월24일자 한겨레신문)

이는 애니메이션 ‘김의 십자가’의 조선인 김세한·제하라는 주인공 형제의 아픔으로 재연됐다. 한국의 바인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작품은 일본의 현대프로덕션이 만들어 시사회 일주일 뒤 소규모 개봉했다. 야마다 노리코 감독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은 전쟁의 가해자이지만 이를 잘 잊는다”면서 “극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한국 로케이션도 어렵고 비용도 없었다. 만화영화로라도 확실히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1990년 7월9일자) 음악을 담당한 구로사카 마사후미는 10월 한국을 찾아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며 평화를 기원하며 역사적 아픔을 위로했다.

‘김의 십자가’는 1994년 8월 KBS를 통해 국내 시청자에게 소개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