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뱀파이어, 공포보다 사랑을 택하다

입력 2015-07-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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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무더위를 식혀주던 납량 특집 드라마들이 최근 로맨스, 판타지 등과 결합된 색다른 장르로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밤을 걷는 선비’-‘오렌지 마말레이드’의 한 장면(맨 왼쪽부터).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캡쳐·콘텐츠K·KBS

납량물 단골 소재 드라마 로코·멜로 부각
다양한 장르적 결합으로 시청자 시선끌기

매년 여름이면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납량 특집 드라마들이 최근 다양한 변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귀신이나 뱀파이어 등 납량물의 단골 소재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사랑과 성장 등 다양한 내러티브를 덧입혀 한층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처녀귀신을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접목시킨 케이블채널 tvN ‘오 나의 귀신님’과 뱀파이어를 앞세운 MBC ‘밤을 걷는 선비’, KBS 2TV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비롯해 제작비 부담을 줄인 단막 사극 공포물 등 그 변화의 형태도 다양하다.

‘오 나의 귀신님’은 음탕한 처녀귀신에 빙의된 주방보조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과거에는 처녀귀신이 한 많은 죽음을 억울해하며 그에 얽힌 복수를 펼치는 것이 주된 이야기였다면 ‘오 나의 귀신님’은 사연 많은 귀신에 빙의된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유쾌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밤을 걷는 선비’와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각각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 사극과 학원물. ‘밤을 걷는 선비’는 사랑하는 연인과 벗을 잃고 뱀파이어가 된 선비가 이들의 죽음을 몰고온 절대악과 싸워 나가는 이야기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생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두 작품 모두 뱀파이어하면 인간의 피로 생명을 연장하고, 인간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기존의 공격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평화로운 공존을 전제로 하고 있다.

2009년 KBS 2TV ‘2009 전설의 고향’과 2010년 ‘구미호:여우누이뎐’ 이후 납량물의 명맥이 끊긴 KBS는 이달 31일부터 ‘드라마 스페셜 2015’ 시즌2를 통해 두 편의 단막극 ‘귀신은 뭐하나’와 ‘붉은달’을 선보인다. ‘귀신은 뭐하나’는 첫 사랑이었던 여자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심령멜로물이며, 내달 7일 방송되는 ‘붉은달’은 사도세자의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사극공포물이다.

그동안 공포물 장르는 그 특성상 시청층이 넓지 못해 시청률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드라마 제작관계자들은 컴퓨터그래픽이나 특수효과 등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지만 그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갈수록 공포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적인 소재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 역시 시청자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스페셜’의 홍석구 책임프로듀서는 22일 “과거의 공포물이 시각적 효과에서 오는 공포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공포심을 건드리려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다른 장르와 결합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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