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첫 CG 한국영화 ‘구미호’ 개봉

입력 2015-07-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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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7월 23일

‘전설의 고향’으로 상징되는 여름 공포물의 ‘최대 스타’는 구미호(九尾狐)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로 변신술 등 영험한 능력을 지닌, 전설 속의 동물이다. 사람으로 변신해 요염한 자태로 특히 남성을 홀려 위험에 빠트리는 ‘캐릭터’로서 구미호는 오랜 시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안방극장 시청자와 영화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 많은 여배우가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그 가운데 한 작품인 영화 ‘구미호’가 1994년 오늘, 개봉했다. ‘구미호’가 특별한 것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구현한 덕분이다.

영화는 999년 동안 인간세계를 떠돌며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구미호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나서는 이야기. 드라마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여우와 인간 사이를 오가며 변신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야 했다.

제작사 신씨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공학연구소와 함께 관련 장면을 만들어냈다. 김동현 박사팀이 이끄는 제작팀은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던 컴퓨터그래픽 기법을 활용하며 순수 국내 기술에 의한 ‘한국 최초의 SFX영화’를 선보였다. 여주인공의 얼굴이 여우로 변신하고 저승사자들이 인간의 몸을 투과하는 장면, 죽은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 등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영상이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영화는 당시로서는 ‘거대 규모’였던 16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이에 활용된 기법은 키네메이션과 몰핑, 멀티레이어합성 등이었다. 지금은 대중화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키네메이션은 마디로 연결된 관절의 움직임을 만들고. 몰핑은 하나의 형상이 다른 모습으로 변형하는 모습을 담았다. 각각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드는 멀티레이어합성 기법도 긴요했다.

박헌수 감독이 구성한 새로운 ‘구미호’의 여주인공은 고소영. MBC 주말극 ‘엄마의 바다’로 주목받은 뒤 스크린에 나선 고소영은 아직은 신인으로서 유망주로 꼽힌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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