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불혹의 오뚝이 박일호, 최장수 경륜선수 꿈꾼다

입력 2015-07-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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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했던 두 번의 부상을 겪으면서도 재활을 거쳐 오뚝이처럼 부활한 뚝심의 대명사 박일호 선수.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페달을 밟고 있는 그는 현역 최장수 선수라는 ‘작지만 큰 꿈’을 갖고 있다.

■ 재기의 페달 밟는 특선급 박일호

고교후배가 보여준 경륜동영상에 빠져 입문
2006년 갈비뼈 골절·2013년 낙차 기흉 부상
“48세 일본 현역선수 가미야마처럼 롱런 목표”


박일호(41)는 우직한 선수다. 소와 닮았다. 밀어붙일 땐 투우장의 황소같다. 2003년 10기 6위로 데뷔했다. 경륜 입문당시 우수급에 배정 받았지만 조금씩 성장을 거듭한 끝에 결국 특선급에 진출을 했다. 2006년 중반 신우삼과 몸싸움 중에 견갑골과 갈비뼈 골절을 당하는 사고를 당하지만 재활을 거쳐 더 단단한 선수로 거듭났다. 당시 딸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우직한 연습으로 극복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각을 보였다. 이 때 대상경주 준우승 3회, 3위 2회를 했다. 특히 2009년 그랑프리 준우승을 했었다. 특선급 머리급 선수로 활동하던 중 2013년 1월 25일 경주 중 낙차로 쇄골, 늑골 골절과 기흉 부상까지 겹쳤다. 또다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던 그가 재활을 통해 서서히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불혹에 나이에 열심히 페달을 돌리고 있는 박일호를 만났다.


-재활생활이 길었다. 이제 입상을 통해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몸상태와 전력은.

“몸상태는 80∼90% 정도다. 지난 해 쇄골핀 제거 수술과 함께 올해 기흉도 완치하면서 서서히 몸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다. 전력은 80% 수준 회복되었다. 체력 유지를 동반한 무더운 여름 직전까지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륜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1993년 입대해 1군 사령부에서 버스 운전병을 한 후 1995년 제대해 중장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취득한 중장비 자격증만 지게차, 포크레인, 크레인, 천정기중기 등 7개다. 1년 간 조수 생활을 거친 후 기사로 6년 가량을 보냈다. 그러던 차에 경륜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고교 사이클부 후배 박중관 때문이다. 그는 경륜경기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권유했다.”

그는 후배 덕에 두 바퀴를 굴리게 됐다. 2002년 10기로 훈련원에 입소했다. 졸업 성적 6위. 꽤 괜찮은 실력이다. 그후 엄청난 웨이트 훈련으로 체중도 10kg 이상 불렸다. 학창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무명 선수가 6년 간의 공백기를 넘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와이프와 운동하다 만났다고 들었는데.

“아내는 데뷔 1년 차 되던 2004년에 만났다. 웨이트 훈련을 위해 찾던 스포츠센터 같은 회원으로 트레이닝 코치를 통해 소개받았다. 함께 운동을 했던 아내와 장모는 성실한 본인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당시 수입이 적었던 가난한 운동선수였기에 찢어진 트레이닝복, 양말로 추레했고 정리되지 않은 수염과 까만 얼굴때문에 스포츠센터 회원은 물론 장모와 아내에게 ‘개장수’로 오해를 받았던 시기도 있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교제를 시작했고 이후 경륜선수임을 알게 되었다. 교제 이후 1년 만에 결혼했다. 지병이 있으셨고 88세였던 아버지 때문에 결혼을 서둘렀다.”

그는 기억에 남는 경주로 2009년 그랑프리 결승을 꼽았다. 아쉽게 준우승을 했다. 선행형 박병하 선수를 타깃으로 모두 마크 경합에 나섰는데 본인이 마크할 기회가 있었지만 판단 미스로 이욱동 선수에게 빼앗겨 마크 통한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는 “준우승 기쁨 보다 자신의 판단 미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속상했다. 며칠 간 잠을 편하게 못 잘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고 회고했다.


-‘마크의 귀재’, ‘싸움닭’ ‘불도저’란 별명도 있던데.

“매 경주 연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외롭게 본인 위주 경주를 풀고 있어 ‘독고다이’라고 선수들에게 불린다. 그러나 다수 팬들에게 ‘불도저’라 불리고 있다. 팬들이 붙여준 ‘불도저’란 별명이 마음에 든다.”


-경주 없는 날은 뭐하며 지내나.

“취미가 캠핑이다. 가족과 함께 10년 째 캠핑을 즐기고 있다. 피로한 몸과 정신을 화로 앞에서 힐링할 때가 가장 즐겁다.”

그에게 작지만 큰 꿈이 있다. 최장수 경륜선수가 되는 것이다. 올해 48세로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 일본선수 가미야마 유이치로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독하게 바퀴를 굴린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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