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리 썸머 나잇’ 손호준,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입력 2015-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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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이어가며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손호준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까불이 ‘해태’가 아닌 진중한 청년 손호준과의 만남이었다.

손호준은 극단의 막내로 시작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무명으로 지내다 ‘응답하라 1994’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해태 역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응답하라’ 이후 이렇다할 후속타를 터트리지 못하면서 그의 인기는 주춤하는 듯 했다.

그런 손호준을 구한 건 '예능‘이라는 새로운 길이었다. 예능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서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것. 흥미로운 점은 약육강식의 세계인 예능에서 ’관찰자‘ ’조력자‘ ’병풍‘이라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로 떴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캐릭터 뒤에는 ’착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숨어 있었다.

“상대의 성향을 알기 전에는 기본 매너를 지키려고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래서 (예능 할 때나 평소에나) 많이들 답답해한다. 나도 답답하고…. 요즘은 그런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성격을 바꾸고 싶은 의도였을까.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쓰리 썸머 나잇’도 정통 코미디 장르다. 비록 연기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웃기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시나리오에 끌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 마치 한 권의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몰입이 되더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광복절 특사’, ‘신라의 달밤’, ‘주유소 습격 사건’ 등을 연출한 김상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도 손호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걱정과 달리 손호준은 발기부전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왕해구 역을 잘 소화했다. 특히 베드신 연기는 압권이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손호준의 베드신 연기는 화제를 모았다.

“많이 의아해 하고 궁금해 했다. 원래는 없던 장면이 생긴 것인데 감독님을 믿고 별 고민 없이 잘 마무리했다.”

영화의 시작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복잡한 일상에 대한 탈출이다. 그가 살아오며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일탈은 어떤 행동이었을까.

“낭만을 꿈꾸고 무작정 해운대에 간 경험이 있다. 겨울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너무 추웠던 기억만 난다. (웃음) 학창시절에는 공부도 적당히 하는 아이였다. 어쩌면 10대 후반에 극단의 막내로 들어간 게 일탈일 수도 있다. 윤호(동방신기 유노윤호)와 친하게 지낸 20대는 유명한 친구 때문에 어딜 마음껏 다닐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했다. 아직도 일탈을 꿈꾸기 쉽지 않다.”



가까운 친구들이 일찌감치 결혼한 손호준은 과거 방송을 통해 “가능하다면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부모님이 알콩달콩 사신다. 엄마는 무조건 아빠 편, 아빠는 무조건 엄마 편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내 편이 갖고 싶었다. 만재도에 있을 때 추성훈 형, 차승원 선배, 나영석 PD, 신원호 PD 모두 딸이 있는데,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이 딸에게 혀 짧은 소리를 내더라. 정말 부러웠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싶은 여성상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예뻐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기본적인 매너와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2살 터울의 형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형이 부모님의 바람을 모두 충족 시켜줘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터치를 안 하셨다. 정말 고맙다. 자기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텐데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고 챙겨줬다. 그래서 첫 월급으로 받은 돈을 부모님이 아닌 형에게 줬다.”

형의 영향을 받은 그는 “연예인이 된 후에도 이성보다 남자들과 잘 어울린다. 이제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정윤호(유노윤호)와 유연석은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들이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고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에게 배우라고 인정받는 게 목표다. 그런 인정을 받을 때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겸손함이 자연스러운 배우 손호준,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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