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크수’ 최재림, 그의 힘찬 날갯짓이 시작됐다

입력 2015-07-31 0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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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최재림은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유다’ 역을 맡고 있어 곱디고운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그를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 했다. 뒤태가 고와 못 알아봤다고 하자 그는 “제가 너무 단아하게 앉아있었나요?”라고 하며 넉살 좋게 답했다.

인터뷰 장소에서 고운 자태를 뽐내던(?) 그도 무대에 서면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머리를 질끈 묶고 거칠고 남루한 갈색 의상을 입고 유다가 되어 ‘헤븐 온 데어 마인즈(Heaven on Their Minds)를 부르는 순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지크수’)가 낳은 올해의 ‘수퍼스타’이기도 하다. 무대에 선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이에 최재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좋은 작품이고 특히 음악이 좋은 것 같다. ‘겟세마네’, ‘헤븐 온 데어 마인즈’ 등 음악 자체가 신선하고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지 않나. 그래서 어떤 배역이든 상관없었다. 남자 배우라면 누구든 도전하고픈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연기하는 ‘유다’는 성경 속에 나오는 것처럼 지저스를 은 30닢에 팔아 넘긴 인물을 넘어서 세상을 구원하려는 지저스의 미션을 완성시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저스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며 격하게 분노하기도 한다. 최재림은 이 애증의 관계를 세심하게 푸는 것에 고심했다.

“연습하면서 유다가 지저스와의 관계를 깊이 유지해가면서 그를 배신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연출가인 이지나 선생님과 재미있게 고민을 했어요. 무대에 서면서는 제가 의도한대로 ‘유다’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죠. 극중 유다는 지저스의 선택을 막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배신을 하잖아요. 지저스의 선택을 막는 것부터 배신하는 과정까지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잘못하면 극이 산으로 가니까요. 그 배신하는 계기를 잘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최재림이 넘겨야 할 과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넘버다. 음표가 하늘을 찌르고 3옥타브 G코드까지 올라가는 넘버는 노래 잘 하기로 소문난 그에게도 일종의 ‘고난’의 숙제였다. 넘버에 대해 묻자 입가에 미소부터 짓는다.

“넘버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 하고 싶은 것만큼 소화는 못 해요. 제일 위험한 게 넘버를 부르며 감정에 집중하면 소리가 너무 거칠어지고 소리를 충족시키려면 감정이 그 만큼 드러나지 않아요. 소리와 감정의 부딪히는 갈등이 있는데 두 개의 교차점을 찾으려 해요. 음역대 자체가 신체적인 소모가 많아서 격양된 긴장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에요.”

유다의 대표곡인 ‘헤븐 온 데어 마인즈’와 ‘수퍼스타(Superstar)’ 중 좋아하는 곡을 고르라고 하니 단연코 “수퍼스타”라고 답한다. 그는 “’헤븐 온 데어 마인즈’는 오프닝이라 부담감이 크다.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극의 흐름이 달라진다”라고 말하며 ‘수퍼스타’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제 ‘수퍼스타’를 우려하셨어요. 못 출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춤이 약한 건 사실인데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거든요. 하하하. 이지나 선생님도 춤보다는 멋진 포즈 정도를 요구하셨어요. 제가 워낙 장신이라서 그래도 상관없다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그냥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이제 좀 즐기기 시작했어요. ‘수퍼스타’는 관객들이랑 호흡하면서 부를 수 있으니까요.”


최재림은 한동안 무대 위에 서지 않았다. ‘어쌔신(2013)’ 이후 모든 활동을 접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학업에 열중했다. 스스로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성악 전공이라 늘 노래는 신경 쓰고 있는데 연기는 그 만큼 신경을 쓰지 않더라. 주변에서 연기를 배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공부를 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수업의 80%가 실기라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특히 ‘움직임’ 수업이 다양했어요. 그래서 몸에 대해 전보다 많이 알게 됐어요. ‘호흡과 발성’이라는 수업에서 화술도 배우고요. 동기들과 연기에 대해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니기 전후가 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준비되는 선 안에서 연기했다면 이젠 그날에 따른 상대방 연기자의 다른 반응에 저도 변화할 줄 알게 됐다는 거죠. 연기도 그렇고 마음도 상대방을 향해 열리게 된 것 같아요.”

학생에서 다시 배우로 돌아온 그는 어느 때보다 작품을 향한 애정이 들끓고 있다.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우스갯소리로 “이젠 집 사야 된다”라고 말한 그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활동할 각오를 다졌다.

“20대에 많은 경험을 했으니 이젠 배운 것을 써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작품 활동 뿐 아니라 사회적인 생활도요. 이제는 많은 작품을 해야 할 때라고 느껴져요. 계속 자기 개발을 하고 노력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고 다른 기회들도 오겠죠. 열심히 하려고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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