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연 울린 한일전 ‘심서연 세리머니’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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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연(4번)이 1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왼쪽 사진). 동료들은 중도귀국길에 오른 심서연을 위해 4일 일본전에서 그의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선보여 감동을 줬다(오른쪽 사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동아시안컵 부상 하차 심서연의 눈물

MRI 촬영하느라 동점골 장면 놓쳐
“생각지도 못한 선물 받았다” 감동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4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5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짜릿한 승리의 감격보다 팬들 가슴을 더 뭉클하게 한 것은 후반9분 동점골을 터뜨린 조소현(27·현대제철)이 펼친 ‘심서연 세리머니’였다.


● 정작 생중계 장면을 놓친 심서연

대표팀 선수들은 1일 중국전에서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파열을 당해 조기 귀국길에 오른 동료 심서연(26·이천대교)을 위해 일본전을 앞두고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내심 내가 하고 싶었다”던 조소현은 동점골을 터뜨린 뒤 약속대로 벤치로 곧장 달려갔다. 심서연의 유니폼 상의를 전달받고 양팔로 번쩍 치켜들며 심서연의 쾌유를 비는 감동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그 장면을 본 심서연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심서연은 5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를 찍고 나오니 후반전이 이미 시작한 뒤였다. 난 그런 세리머니를 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알려줘 뒤늦게 다시보기를 통해 봤다”며 “그 장면을 보는데 눈물도 나고 가슴이 뭉클했다. 경기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나를 잊지 않아준 동료들이 너무 고마웠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 내게 왜 또 이런 시련이…

부상 당시 상황도 되돌아봤다. 중국전에서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며 들것에 실려 나가는 순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나’라는 마음에 짜증도 나고 화도 났다”고 했다.

4일 오전 우한공항으로 떠나기 전. 동료들은 심서연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그의 방을 찾았다. 오후에 일본전이 예정돼 있는데도 자신 때문에 선수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얼른 방으로 돌아가 쉬라”고 밀쳐내기도 했지만 쾌유를 비는 동료들은 마지막까지 심서연의 곁을 지키며 짐을 옮겨줬다. 코칭스태프도 심서연을 배웅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민폐’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웃는 얼굴로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 심서연은 윤덕여(54) 감독에게 “죄송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윤 감독은 “괜찮다. 우리가 미안하다. 치료에 전념해라. 선수들 모두 너와 함께 뛸 것이다”라는 답장을 보내줬다. 윤 감독의 진심 어린 걱정에 심서연의 마음은 또 한번 뭉클했다.

동료들에게도 “아쉽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모두에게 위로를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심서연 몫까지 해 내며 멋지게 일본을 격파했다.

심서연은 통화 내내 “고맙다”는 말보다 오히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예상치 못했던 자신의 부상으로 팀 전력에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아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심서연은 8일 3차전 북한전이 걱정이다. 우한의 덥고 습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를 경험해 그 고통을 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대회를 잘 치르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분명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다. 체력적 부담이 크니 회복을 잘 해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부상이 가장 우려된다. 한국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먼저 귀국한 심서연을 향한 태극낭자들의 애틋한 마음도, 병상에 누워 동료들을 걱정하는 심서연의 마음도 매한가지였다. 심서연은 자신의 부상에 대해 “조바심 내지 않고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몸도 마음도 빨리 회복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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