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무도’ 은혜 입은 혁오, 호박씨 까는 거 아니죠?

입력 2015-08-07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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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무한도전’ 은혜 입은 혁오, 호박씨 까는 거 아니죠?

홍대와 이태원을 씹어 먹었다던 밴드가 있었다. 이 밴드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법으로 청중들을 위로했고 누군가의 말마따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음악을 하는 이들로 성장했다. 최근 MBC '무한도전'을 통해 활약 중인 밴드 혁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음악은 그동안 비주류로 취급 받았지만 '무한도전' 출연 이후 혁오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위잉위잉'과 '와리가리' 등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으로 역주행하는 기염을 토했고 YG 계열의 레이블 하이그라운드와 계약까지 성사되면서 명실상부한 메이저 밴드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혁오는 단기간에 가장 많은 표절 시비가 일어난 밴드가 되고 말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된 이 논란은 혁오의 ‘Lonely’와 ‘Panda Bear’가 각각 The Whitest Boy Alive의 ‘1517’과 Yumi Zouma의 ‘Dodi’와 비슷하다는 내용이었고 혁오 측은 즉각 표절 시비에 유감을 표명해 사태를 수습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혁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의견은 상당하다. 여기에 혁오가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정형돈에게 추천한 'We all die alone'과 호세 곤잘레스의 'step out'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들에 대한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인디음악인이 자신의 SNS에 혁오의 음악과 관련해 구체적인 예를 들며 표절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오는 글도 혁오의 음악보다는 ‘표절’에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표절 시비에 대해 혁오의 리더 오혁은 "이때까지 나쁜의도를 가지고 곡을 쓴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평생 음악을 하는게 꿈인데 베껴 쓴 걸로 인정받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음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물론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은 비전문가들이 직접 듣고 비슷한 것 같다는 단순한 심증만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이고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가 달려있는만큼 확신을 가지는데도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어떤 아티스트가 이토록 짧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절 시비가 걸렸던가. 과연 이런 시비들이 '무한도전'에 나와 점점 유명해지는 혁오를 향한 뒤틀린 질투심에서 나온 억지일 뿐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부디 혁오 같은 젊은 밴드가 잦은 구설수에 올라 그 날개가 꺾이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혁오를 위해서도 이들이 표절시비를 완전히 털어낼 자리는 분명히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대중들에게는 유희열의 말처럼 수줍음이 매력적인 밴드 혁오가 사실은 뒤로 호박씨를 깐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더 큰 바람이 있다.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다. 트렌드를 이끌고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절대적인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무한도전’의 은혜를 입은 밴드 혁오가 ‘무한도전 가요제’라는 모두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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