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내가 다작하는 까닭은?”

입력 2015-08-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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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활동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 이경영. ‘다작’의 이유를 “동료 영화인에게 가진 미안한 마음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보답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올 여름 4편의 영화로 관객 찾는 이경영

일종의 동업자 정신…전부 가족이라 생각
‘협녀’ 와이어 액션 거뜬…무협은 내 체질


만약 이번 달에 극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총 네 편의 영화에서 이경영(55)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암살’과 ‘협녀, 칼의 기억’ ‘뷰티인사이드’ 그리고 ‘치외법권’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경영의 이름을 써 넣으면 바로 따라붙는 연관 단어가 ‘다작’일 정도로, 최근 활약이 눈에 띈다.

1987년 영화 ‘연산일기’로 데뷔해 30여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이경영은 요즘 여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출연 영화만 다섯 편, 촬영한 영화는 더 많다. 그는 “50대 중반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연기를 플레이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1990년대 이경영은 멜로영화 주인공을 도맡았다. 남부럽지 않은 스크린 스타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가 돌이킨 그 시절은 대중의 평가나 기억과는 조금 다르다.

“그때는 목적성이 없었고 배우로 어떻게 익어가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자신감이 없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40대 시절, 그는 자의반 타의반 7∼8년간의 공백을 보냈다. 당시 ‘함께 영화를 해보자’는 제의도 많았지만 선뜻 나서고 싶지 않아 번번이 거절했다. 지금 그의 ‘다작’ 행보는 당시 영화계 동료들에게 가진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한 선택이다.

“내가 활발하게 연기하는 이유? 그건 동료 영화인을 향한 보답 같은 거다. 큰 무리가 아니라면 나를 불러주는 영화로, 나는, 간다. 일종의 ‘동업자 정신’이다. 전부 가족으로 생각하니까.”

그러면서 이경영은 얼마 전 ‘베테랑’의 연출자 류승완 감독과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을 소개했다.

“류 감독이 영화를 한두 편씩 줄여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권하더니, 갑자기 우는 소리를 하면서 자기가 제작하는 새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하더라. 하하!”

4남2녀의 막내인 이경영은 누구보다 사람과 가까이 하길 즐긴다. 주위에 사람도 많다. 배우 김민종과는 죽마고우 같은 사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유사 부자관계”를 맺은 후배는 변요한이다. 얼마 전에는 소속사도 만났다.

“이 나이에 다른 가족(소속사)을 선택한 건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내가 막내라 그런지 외톨이라고 여길 때가 있다. 아직 아기다, 아기!”

이경영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소는 집 근처인 경기도 일산의 한 족발집이다. 그는 ‘영화 촬영장’과 ‘집’ 그리고 ‘족발집’으로 자신의 일상을 설명한다.

“‘암살’ 찍을 땐 최동훈 감독이 맛보고 인정한 집이다. 며칠 전에는 손현주와도 함께 했다. 남은 족발로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아마 ‘집밥 백선생’(백종원)도 모를 비법일걸?”

스크린은 물론 그 밖에서도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내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이 “그저 운이 좋은 결과”라고 했다. 여전히 ‘백인도장’ 같은 1970년대 무협영화 이름을 줄줄이 읊는 그가 ‘협녀, 칼의 기억’을 만난 것도 그 운이 이어진 덕분이다. 10대 때부터 꿈꾸던 무협영화를 50대에 만난 그는 검객들을 키워낸 무림의 고수 역을 맡았다. 대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와이어 액션도 거뜬히 해냈다.

“대역 없이 했다. 나와 잘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랄까. 내 또래는 무협에 대한 로망이 있다. 1990년대에는 무협지 ‘대도무문’을 탐독했다. 지금도 잠들기 전에는 협객이 되는 상상을 한다. 내 꿈은 무협의 세상이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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