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올림픽 진출 믿는건 선수들뿐인가요?”

입력 2015-08-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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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대표팀은 20년만의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팀 단골 양동근은 이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농구국가대표 자부심을 말하다

亞남자농구선수권 우승팀 자력 진출
“대표팀 관심 부족…후배들에게 미안”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 양동근(34·모비스)은 ‘붙박이’ 국가대표다. 2006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양동근은 ‘국가대표를 언제 또 해보겠나.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부름에 응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정도로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양동근의 마음은 편치 않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표팀 예산 대부분은 KBL에서 스포츠토토 지원금으로 집행해왔다. 올해부터는 정부 방침에 따라 스포츠토토 지원금을 대표팀에 쓸 수 없게 되면서 KBL의 대표팀 지원은 불가능해졌다. 대표팀 운영을 맡고 있는 대한농구협회는 사실상 KBL의 도움 없이는 대표팀을 넉넉하게 지원할 여력이 없다.

이는 선수들도 실감하고 있다. 장비 지원부터 엉망이다. 선수들은 연습복조차 지원 받지 못했다. 유일하게 지급이 이뤄진 유니폼마저 몇몇 선수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소속팀 연습복을 착용하고 있다. 든든한 지원 속에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팬들의 관심도 예년 같지 않다.

남자농구대표팀은 9월 23일 중국 후난성에서 열리는 2015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 우승팀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는다. 한국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양동근은 “솔직히 속상하다. ‘올림픽에 나가봐야 망신당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인지, 지원도 부실하고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없다.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아시안게임이 올림픽보다 중요한 대회인지. 다들 올림픽 진출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2∼3위를 목표로 대회에 나서는 선수는 없다. 선수들은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진출을 믿고 있는 건 우리들뿐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대표팀에 처음 들어온 선수들도 있다. 꿈에만 그리던 국가대표가 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바라보면서 ‘또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애국심, 자부심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 자부심은 대체 누가 세워주는 것인가. 선배로서 국가대표 상황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아 미안할 정도다”며 한숨을 쉬었다.

양동근을 비롯한 대표선수들은 15일 개막하는 프로-아마 최강전에선 각자 소속팀 유니폼을 입는다. 이 기간 중 선수들은 대표팀 훈련과 프로-아마 최강전 출전을 병행한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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