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 20년 경륜 인생…후배들 위해 ‘굿바이’

입력 2015-08-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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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고령 경륜선수 민인기가 전격 은퇴했다. 36세 늦깎이로 경륜에 입문한 민인기는 45세 선발급 최고령 대상 챔프 등 1113경기에 출전해 193승을 거뒀다. 민인기는 20년 정든 벨로드롬을 떠나 대전지역 경륜훈련매니저로 새로운 삶을 출발한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 경륜 최고령 선수 민인기 은퇴

서른 다섯살 때부터 20년간 선수생활
후배 양성 위해 훈련매니저로 제 2인생

“굿바이! 민인기. 당신이 있어 벨로드롬은 행복했습니다.”

이제 벨로드롬에서 그를 볼 수 없다. 결승선을 통과하면 해맑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연방 키스와 하트를 날리는 그의 세리머니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현역 최고령 경륜선수’ 민인기가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20년간 정들었던 벨로드롬에서 전격 은퇴했다.

그는 지난 7월 11일 광명 5경주를 끝으로 30일 등록선수 신분을 취소했다. 1995년 2기로 경륜 데뷔 후 20년 만이다. 올해 나이 쉰다섯. 지천명을 훌쩍 넘겼지만 일주일에 3일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미련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그는 지금이 내려올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벨로드롬과 인연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은퇴 후 ‘대전지역 경륜훈련매니저’로 제2의 삶을 살기로 했다.


● 45세에 선발급 대상경주 최고령 챔피언 타이틀

민인기는 충남 대천중 2학년 때 처음으로 사이클과 연을 맺은 후 아마추어 시절에는 상비군까지 선발됐다. 주 종목은 1km 트랙경주. 이후 1995년 경륜에 데뷔한 그는 비선수의 요람이라 일컫던 잠실·용인팀 수장이 됐다. 자전거를 처음 접했고 생소한 경륜이란 세계에 뛰어든 젊은 선수들에게 2∼3년 동안 제주 동계 훈련을 지도하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당시 경륜 태동기 때 비선수 출신이 많았던 잠실·용인팀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였다.

2006년에는 당시 45세 나이로 선발급 대상경주(매경배) 챔피언에 오르며 대상경주 최고령 우승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경륜이 태동한 잠실부터 현재 광명스피돔에 이르기까지 20년간 벨로드롬에는 늘 그가 있었다. 대상경주 선발급 3회 우승, 2000·2003년 모범선수상 2회를 수상했다.


● 누리꾼 인기투표서 늘 정상권

벨로드롬 안팎에서 느껴지는 민인기의 인기는 과거 경륜 지존인 조호성과 현재 슈퍼특선급 선수들에 버금갈 정도였다. 과거 네티즌 선정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를 앞두고 경륜 홈페이지의 선발급 선수 인기투표에서 늘 정상권이었던 그는 지난 2006년 5월 열린 네티즌배에서는 조호성의 뒤를 이어 전체 득표 2위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선발급 선수가 내로라하는 특선급을 제치고 전체 2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의 은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짧은 시간 열정을 불태웠던 조호성선수 보다 민인기선수를 더 높이 평가한다” “민인기 은퇴, 최고령 선수가 은퇴하네” “민인기, 수고 많으셨습니다” 등 아쉬움을 나타냈다.

● 성실의 대명사…벨로드롬의 모범된 큰 형님

그가 이처럼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것은 무엇보다 성실함 때문이었다. 평택에서 개인훈련을 하면서도 하루를 거르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경기에 임할 때는 굶주린 야수처럼 살기가 돋을 정도였다. 비록 노쇠해 이제는 자력 승부보다는 마크 추입에 의존하는 전술이 대부분이었지만 후배들과의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막판 직선 주로에 접어들면 자전거가 부서져라 혼신의 힘을 다해 역주를 거듭했다.

결승선에서 키스와 하트를 날리는 독특한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말춤’ 세리머니를 경륜장에 도입한 것도 그였다. 천진난만한 그의 모습에 팬들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렸다. 그는 후진 양성과 선행에도 앞장서 벨로드롬의 모든 이들에게 모범이 됐던 큰형님이었다.

민인기는 “정말 오랜 기간 선수로서 뛰었다”며 “정든 벨로드롬을 떠나는 게 섭섭하지 않을 리는 없지만, 팬들이 ‘박수칠 때 떠나자’란 마음과 성장하는 후배들을 위해 퇴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후 경륜후보생을 옥돌로 만드는 훈련원 교관이 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대신 덜 익은 과일 같은 선수들을 제대로 숙성시키는 훈련매니저로 일하며 그간 쌓은 노하우로 지역선수들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민인기 선수는?

▲1961년 11월 18일 생
▲1995년 경륜 2기 입문
▲충남 보령 청룡초-대천중-천안상고-평택대 졸업
▲모범선수상 2회, 공로상 1회, 우수경기선수상 6회 수상, 2002 매일경제신문배 대상경륜 선발급 1위, 2004 SBS스포츠채널배 대상경륜 선발급 1위, 2006 매일경제신문배 대상경륜 선발급 1위, 2010 문화일보배 대상경륜 선발급 3위
▲통산전적 1113출전 193승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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