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김고은에게 남긴 것

입력 2015-08-1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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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결국 목 디스크가 터졌어요.”

스물네살 여배우 김고은의 입에서 뜻밖의 고백이 나왔다. 순간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그러자 김고은은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에요”라고 웃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 꽃다운 나이에 디스크를 안게 됐을까.

그 시작은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에 있다. 2013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김고은에게 피부가 쓸리는 것은 기본이요 근육통에 골반이 결림은 일상이었다. 그는 이 기간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의 훈련과 촬영에 자신을 온전히 내던졌다. 망가진 몸을 회복하는 데 무려 1년이 걸렸다.

평소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몸 쓰는 일을 좋아하는 김고은. 그런 그 조차도 항상 한계에 부딪힐 만큼 강도 높은 액션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 연기까지 놓치지 않아야 했다.

“훈련 단계부터 대역과 모든 액션을 다 같이 했어요. 배우라고 해서 봐주는 것 하나 없었죠.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촬영할 때에 비하면 훈련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사실 감정 연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체력 소비가 많이 돼요. 그런데 액션과 감정 연기를 같이 해야 하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배우 김고은.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한국형 무협 장르를 추구한 ‘협녀’에서 김고은은 이병헌 전도연에 비해 상당히 많은 액션을 담당했다. 그는 총 80회의 촬영 회차에서 단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와이어 액션을 소화했다.

“기본적으로 항상 와이어를 달고 있었어요. 무술 액션을 할 때 다리를 벌리는 등 동작을 크게 하니까 골반이 자주 결리더라고요. 늘 있던 거라 피부가 쓸리는 쯤은 통증으로 다가오지도 않았죠. 당시 몸이 안 아픈 적도 안 아픈 곳도 없었어요. 더 이상 안될 것 같은 순간과 한계가 매 회차 왔죠.”

김고은은 ‘협녀’ 이후 회복을 위해 운동을 끊고 몸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다다음 작품인 ‘성난 변호사’ 촬영 중 큰 일이 터졌다.

“담 걸린 것 같이 목이 잘 안 움직였어요. 그러던 중에 ‘성난 변호사’를 촬영했는데 어느 날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로 목이 아픈 거예요.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목이 탁 튕기는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어요. 저는 그게 담인 줄 알고 낑낑 거리면서 촬영했죠. 끝나고 병원에 가니까 쌓이고 쌓이다 디스크가 터진 거라고 하더라고요. ‘성난 변호사’에서 액션이 크지 않은데 전부터 쌓였기 때문이었어요.”

배우 김고은.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렇다고 ‘협녀’가 김고은에게 상처만 남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속에 있던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상태가 1년간 지속됐어요. 그런 몸 상태임에도 매 회차 소화해야하는 액션 분량은 늘 많았죠. 그러면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잖아요. 그런데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구나’라고 느꼈어요. ‘협녀’를 통해 ‘이 연기를 잘 해서 앞으로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내가 해온 캐릭터들을 두고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역할’이라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떠는 김고은. 그의 말대로 데뷔작 ‘은교’부터 ‘몬스터’ ‘차이나타운’ 등 어느 작품 하나 쉬운 적 없었다. 이쯤 되면 일부러 힘든 작품만 하는 지 의문이 생긴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아요. 제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물론 작품을 선택하고 나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죠. 그렇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도전할 수 있을 때니까요. 좋게만 보이려고 하는 건 매력 없잖아요. 하하”

그러나 이성을 보는 시선은 작품의 그것과 확연히 달랐다. 김고은에게 있어 이성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바로 ‘프라이드’.

“남자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프라이드를 가지고 열정을 가진 사람이 좋아요. 모든 게 거기서부터 시작이에요. ‘프라이드’가 없으면 아무리 잘생기고 키가 커도 다 소용이 없어요. 꼭 직업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열심히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예뻐 보이잖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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