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메이저 최저타 우승…제이슨 데이 ‘인간 승리’

입력 2015-08-1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의지의 사나이 제이슨 데이(오른쪽)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골프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데이는 우승이 확정되자 16년 동안 함께 하고 있는 캐디이자 스윙코치 콜린 스와턴의 품에 안겨 흐느끼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PGA챔피언십 20언더파 268타 우승

골프채도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쓴 어린시절
홀어머니 전 재산 집까지 팔아 아들 골프 레슨
올 6월엔 발작성 지병으로 경기 도중 쓰러져


호주 출신의 제이슨 데이(28)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에서 역대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트로피(워너메이커)를 번쩍 들어올렸다.

데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골프장(파72·750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 2개로 막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쳤다. 4라운드 내내 60대타(68-67-66-67) 성적을 적어낸 데이는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PGA 통산 5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언더파는 역대 메이저대회 최저타 신기록. 종전 최고 기록은 2000년 디오픈에서 세운 타이거 우즈의 19언더파다. 메이저 세 번째 우승을 노린 조던 스피스(미국)는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단독 2위를 기록했다.

제이슨 데이.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데이는 1987년 호주의 작은 도시인 퀸즐랜드주 보더서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호주인이며 어머니는 필리핀계다. 어린시절은 불우했다. 12세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홀어머니 아래에서 컸다. 이민자의 가정은 빈곤했다. 그의 가족은 구세군에서 옷은 구해 입었고, 골프채를 살 돈이 없어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왔다. 지금의 데이가 있기까지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위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살던 집을 팔았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골프를 배운 데이는 어린시절부터 연습벌레였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8시 반까지 연습한 뒤 등교했다.

어머니 다음으로 데이의 성장에 공을 세운 인물은 골프백을 메고 있는 캐디 콜린 스와턴이다. 둘은 데이가 12세 때부터 함께 했다. 스와턴은 데이의 스윙코치이자 멘토였다. 데이는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그의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 엘리 역시 데이를 메이저 우승자로 만든 든든한 지원자다. 데이의 아내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펍(Pup)에서 일했다. 웨이트리스와 사랑에 빠진 데이는 2012년 결혼하면서 가정을 꾸렸다. 데이와 엘리는 지금도 오하이오의 컬럼버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내 엘리는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1년 ‘브라이터 데이즈’(Brighter Days)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지역 내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2014년에는 필리핀 하이옌 태풍 피해자를 위해 구호품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태풍으로 데이의 친척 8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번 우승이 더욱 감동적인 건 그가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러움증 및 눈떨림을 초래하는 질병)이라는 지병을 극복한 뒤 이룬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이라는 사실이다. 데이는 6월 US오픈 도중 현기증을 일으키며 필드에서 쓰러졌다. 하지만 끝까지 경기를 마치는 투혼을 펼쳤고,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다.

이런 역경이 있었기에 데이의 우승은 더욱 찬사를 받았다. 그가 마지막 18번홀에서 첫 번째 퍼트를 끝내자 골프장에 모인 갤러리들은 모두 일어나 그의 우승을 축하하며 박수를 보냈다. 데이는 우승 뒤 “내가 이렇게 눈물을 흘릴 줄 몰랐다.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놓쳤는데 오늘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우승하게 돼 감격스럽다”고 벅찬 감정을 참지 못했다.


올해 들어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데이는 2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우승에 이어 RBC캐나다오픈과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3승을 챙겼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 180만 달러(약 21억2700만원)를 추가했고, 올해만 606만6205달러(약 71억70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한편 데이는 이번 우승으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순위에서 당당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변이 없는 한 국내 골프팬들은 그의 화끈한 경기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