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대한항공, 선천성 발육이상 하경민 영입 검토

입력 2015-08-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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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빅스톰 하경민. 스포츠동아DB

■ “용감한 결정이 우승 얻는다”

하경민, 김종민 감독에게 “운동할 수 있다”
아킬레스건이던 센터 보강하면 우승 근접


2015∼2016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의 뜨거운 여름 담금질이 한창이다. 드래프트를 통해 새 외국인선수를 받아들인 여자팀은 국내선수들과의 완벽한 호흡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제도의 미래가 달려있다. 남자팀은 2016∼2017시즌부터 리그의 판도를 좌우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제도의 골격을 확정했다.

‘용감한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우승 염원을 이루기 위해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 결과가 주목된다.


● 마르판증후군으로 강제 은퇴한 하경민, 대한항공의 품으로!

2014∼2015시즌 후 갑작스러운 신체이상으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벗은 하경민(33)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대한항공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4월 하경민은 시즌을 마치고 쉬던 중 가슴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마르판증후군. 근골격계, 심혈관계 등의 선천성 발육이상 질병이다. 장신의 운동선수에게 가끔 나타난다. 전 농구국가대표 한기범이 이 증세로 2차례 수술을 받았다. 한국전력은 주전 센터의 예상치 못한 이탈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수등록을 포기했다. 하경민의 입장에선 선수생활의 절정기에 청천벽력 같은 은퇴였다. 몇몇 구단이 하경민의 선수생활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만에 하나’를 두려워해 포기했다.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하경민은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에게 SOS를 쳤다. 김 감독은 “한전에서 나온 뒤 전화가 왔다. 아직 운동을 더할 수 있다고 했다. 운동하는 후배가 안쓰러워 구단에 보고했다. 만일 온다고 해도 당장 쓰기는 힘들지만, 현재로선 우리 팀의 아킬레스건인 센터를 보강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에도 저 정도 능력을 가진 선수가 당분간 없고, 이번이 우리에게는 찬스라는 생각에서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왜 대한항공은 하경민을 원하는가?

대한항공은 하경민이 훈련이나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할까봐 두려워하지만, 우승을 위해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가세로 대한항공은 최고의 라인업을 갖췄다. 라이트 산체스와 레프트 신영수, 김학민, 곽승석의 조합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곽승석은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외국인제도도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로 바뀐다. 앞으로 산체스 이상의 선수가 입단한다고 장담도 못한다. 센터 진상헌은 내년 1월 제대할 예정이다. 전력상 역대 어느 때보다 우승에 근접한 대한항공은 김형우, 전진용이 버티는 센터진만 보강한다면 화룡점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시즌 후 2명의 브라질 코치를 영입하는 등 프런트 배구를 추구해온 대한항공으로선 앞으로 쉽게 오지 않을 기회를 위해 용감하게 하경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구단 상층부의 최종 결정이라는 관문이 남아있다. 또 하나. 샐러리캡이다. 대한항공은 FA 신영수의 잔류와 최고액선수 한선수의 복귀로 샐러리캡을 소진했다. 김종민 감독은 “만일 하경민이 오더라도 이번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해야 한다. 이번에는 기회만 주는 선에서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경민은 수술에서 회복한 뒤 혼자 산악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30대 베테랑 선수에게 배구는 생존의 이유다.


● 남자부 실무회의에서 결정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제도의 윤곽

남자팀들의 사무국장들은 여름 내내 격주 간격으로 모여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제도 시행령을 정했다. 아직 이사회 최종 통과가 남았지만, 결정된 사항은 2가지다. 여자와 달리 남자는 국내에서 지원자를 모아 드래프트를 실시하며, 연봉 상한선은 30만달러다. 삼성화재는 상한선을 더 낮추자고 주장했고, 또 다른 구단은 2명의 선수를 뽑아 1명만 출전시키자는 방안도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국적의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 여자와 달리 남자는 국적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결정해야 할 중요 사항은 드래프트 순서다. 여자는 꼴찌에게 신인선수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우선권을 줬다. 꼴찌에게 너무 많은 특혜를 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선수의 경우 똑같은 확률을 가지고 추첨하는 방안에 많은 남자 구단이 찬성하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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