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함량·영양성분 등도 별차이 없어
현지 가격보다 8배 가까이 비싼 수입 탄산수. 과연 맛도 영양도 8배가 될까.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수입 탄산수 10개 제품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국내 판매가격이 현지에 비해 최대 7.9배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프랑스(파리), 독일(함부르크), 이탈리아(밀라노), 폴란드(바르샤바), 영국(런던), 체코(프라하) 등 6개국과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탄산수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가격 차이가 가장 큰 제품은 이탈리아 산펠레그리노였다. <표 참조> 밀라노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100ml당 93원이었으나 국내 판매가격은 8배 가까이 비싼 738원이었다. 이밖에 현지가격과 국내가격이 차이가 나는 제품은 마토니그랜드(체코·5.8배), 산베네디토(이탈리아·4.3배), 페라지(폴란드·3.5배), 페리에(프랑스·3.4배) 등으로 나타났다.
수입 탄산수와 국내 탄산수의 경우 온·오프라인 평균 판매가를 놓고 볼 때 수입 탄산수 748원, 국내 탄산수 265원(이상 100ml 기준)으로 국내 탄산수가 2.82배 저렴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원재료, 함량, 영양성분 등에서 수입 탄산수와 국내 탄산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산 제품 중에서는 1개 제품에서 나트륨이, 수입 제품 중에서는 다수의 제품에서 소량의 나트륨, 칼슘, 철분 성분이 검출됐지만 맛과 품질의 차별화를 거론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수입 탄산수의 현지가와 국내 판매가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수입업자들에 의해 국내 판매가격이 크게 부풀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입 탄산수 제품이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PPL(간접광고)로 자주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증한 데에 편승했다. 온라인 판매업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입 탄산수가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고 광고를 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10개 수입 탄산수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국내 수입된 탄산수 평균 수입원가의 9.1배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탄산수의 급격한 인기 상승에 편승해 저가의 외국 제품을 국내에서 고가의 제품처럼 판매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업계 스스로 유통마진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 합리적인 가격책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